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 연구의 필요성

○ 최근 에너지 자원 공급국들의 자원 무기화 정책과 주요 에너지 다소비국들의 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 전략 등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지정학적 위험요인들이 정부의 에너지안보 정책과 기업들의 공급망 구축 전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

- 러-우 전쟁과 미-러 분쟁으로 야기된 지정학적 위험(geopolitical risk) 증대는 정책 및 투자 결정 시에 경제적 효율성보다 공급망의 안전성과 경제 및 에너지 안보를 더 우선시함.

-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공급국을 대신해서 대체 공급처 모색, 신뢰할 수 있는 우방 국가들과 공급망 구축, 그리고 자국 및 역내 에너지 자원 개발 및 생산 증대, 기술 개발 및 혁신을 통한 대체수단 확보 등의 지정학적 위험 회피 전략을 추진

○ 특히 주요 선진국(EU, 영국, 미국, 일본 등)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에너지 안보 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있음.

- EU는 러-우 전쟁과 중국의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장악에 대응해서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중국발 위험을 줄이는 디리스킹(De-risking, 위험회피) 전략을 추진

- 바이든 정부도 미국 내 청정에너지 제품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우방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

○ 이에 지정학적 위험요인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발생 초기에 이를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고, 위험요인을 지수화 하여 에너지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필요성이 크게 증대되었음.

- 과거 지정학적 위험 분석은 정성적 분석과 문헌조사에 주로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반 지정학적 사건 자료들이 제공되면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험지수들이 개발되고 있음.

- 그중에서 Caldara·Iacoviello(2022)가 개발한 지정학적 위험지수(GeopoliticalRisk Index, 이하 ‘GPR 지수’)는 전세계 및 주요 국가들의 지정학적 위험지수가 월단위로 시계열 형태로 제공되고 있음.

■ 연구의 목적

○ 이에 본 연구에서는 EU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지정학적 위험 회피 전략을 살펴보고, Caldara·Iacoviello의 GPR 지수를 사용해서 지정학적 위험이 분석대상 국가와 우리나라의 에너지 부문(석유제품 가격, 에너지 상품 교역, 재생에너지 보급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

- 이들 통해 지정학적 위험 회피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 결정 및 전략 수립에 유용한 기초 자료를 제공함.

- 또한, 지정학적 위험을 분석·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과 이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함.

2. 연구내용 및 주요 분석 결과

■ EU와 미국의 지정학적 위험 회피 전략

○ EU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특히 중국발 지정학적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

- 이러한 디리스킹 전략은 단순한 탈중국화(또는 decoupling)나 경제적 단절이 아니라 필수 자원 및 기술 분야에서 위험을 완화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접근임.

-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청정에너지 제품 교역 단절은 양측 모두에게 커다란 경제적 피해를 안겨주고, 탄소중립 달성을 지연시킬 수 있음.

- 또한, 핵심광물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원 부존국과의 협력 확대를 위한 자원외교 전략으로 EU는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전략과 미국은 글로벌 인프라·투자파트너십(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and Investment) 이니셔티브를 추진

■ 지정학적 위험 지수 및 위험 예측모형의 개발

○ 빅데이터 기반 전세계 지정학적 위험사건의 시계열 자료세트(GDELT, ICEWS, OEDA-Phoenix 등)들이 개발·제공되면서 정치외교, 금융,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시간 시계열 지정학적 위험지수를 이용한 실증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음.

- 이러한 사건 자료세트를 이용해서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지정학적 위험지수를 개발

- 이중에서 경제·에너지부문에서 활용 가능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와 연구기관이 개발한 지정학적 위험지수와 EU집행위 산하 연구기관의 글로벌 갈등위험지수가 대표적임.

○ 특히, EU는 글로벌 갈등 위험지수, 유럽과 연관성 있는 전세계 사건들만 필터링하여 구축한 시계열 자료세트, 그리고 인공지능(AI) 분석방법을 기반으로 지정학적 위험 상황의 초기단계에 이를 예측하는 동적 예측모형을 구축하였음.

- EU는 AI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과 협력하여 지정학 위험요인의 빠르고 정확한 사전 예측을 위해 계속 노력

- 특히, 경제·에너지부문과 관련된 전세계 지정학적 위험 사건들을 좀 더 정확하게 모니터링·선별하는 필터링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음.

■ 실증분석 결과

○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 및 소비국인 미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전세계와 한국의 에너지 안보(석유제품 가격, 에너지 상품교역, 재생에너지 보급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정효과 패널 회귀모형과 중력모형을 통해 실증 분석하였음.

- 지정학적 위험지수는 Caldara·Iacoviello의 국가(사우디, 미국)별 지수(GPR지수)를 사용

○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세계경제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사우디와 미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한 경우에 전세계 분석대상 32개국 및 한국을 대상으로 석유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

- 사우디 GPR 지수가 증가하면, 자동차용 경유 및 휘발유 가격이 모두 상승, 다만, 경질연료의 가격에 대한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았음. 또한,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한 직후에는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상황이 안정되면서 가격이 하락하다가 이후에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음.

- 미국 GPR 지수의 증가는 석유제품 가격을 즉각적으로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도 그 영향이 지속되거나 심지어 증대하는 경향을 보였음. 특히, 경질연료의 경우에 시차가 있을 때 더 큰 가격 상승효과를 보였음.

- 한편, 사우디와 미국의 지정학적 위험 증가가 한국의 석유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음.

○ 사우디와 미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전세계 및 한국의 에너지 상품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

- 사우디의 지정학적 위험 증가는 전세계 에너지 및 자원 상품의 교역을 상당히 증가

- 그러나 미국 GPR 지수가 증가하면, 전세계 에너지 상품의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 또한 위험발생 초기에는 에너지 교역을 위축시키지만, 2개월의 시차 효과에서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증가

- 한국의 경우, 사우디 GPR 지수가 한국의 에너지 상품 수출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에너지 상품 수입에는 초기에 감소 효과를 주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음.

- 미국 GPR 지수가 한국의 에너지 상품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사우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데, 한국 에너지 상품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음.

○ 마지막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정학적 위험도가 전세계 재생에너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

- 사우디 GPR 지수 증가는 전체 국가 및 EU 국가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에 위험발생 초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특히 EU 국가들에서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음.

- 미국 GPR 지수 증가는 전세계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험 발생 초기에는 감소, 시간이 계속 경과하면서 증가시켰음. 특히 EU국가들의 경우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음.

3.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 여러 선행연구와 본 연구의 실증결과를 통해 지정학적 위험이 글로벌 시장과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

- 세계 주요국은 경제･에너지 안보를 정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지정학적 위험 회피를 위한 경영 전략을 다각도록 모색･추진하고 있음.

-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한 국가, 위험 형태와 강도, 그리고 국가의 에너지 정책 추진방향 등에 따라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약간씩 상이하게 나타났음.

- GPR 지수와 AI를 활용한 예측모형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지정학적 위험은 경제주체들에게 통제·예측할 수 없는 외생변수로 취급되었음.

- 그러나 선진국 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자체적인 GPR 지수와 예측모형을 구축해서 자국의 경제·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정학적 위험요인을 모니터링 및 예측할 수 있게 되었음.

○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전세계 지정학적 위험을 모니터링·예측하는 경제주체들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됨.

- 우선적으로 미국과 EU처럼 자체적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요인을 모니터링 및 예측할 수 있는 인적 및 물적 측면의 연구·분석 역량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음.

- 빅데이터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과 인공지능(AI) 분석방법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경제·에너지 환경에 적합한 지정학적 위험지수를 개발하고, 위험사건 자료세트를 만들고, 그리고 동적 예측모형을 구축함.

- 특히, 현실 적합성과 예측 능력을 높이기 위해 예측 모형을 지속적으로 개량하는 작업이 요구됨.

○ 지정학적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은 위험유발 대상(예, 러시아, 중국)을 단기간에 완전히 배제시키는 디커플링 전략보다는 이들의 시장왜곡 활동을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는 디리스킹 전략이 우리나라에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됨.

- 이러한 위험회피 전략은 가능한 많은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집단적 회복탄력성(collective resilience)을 증대시킴으로써 그 효과를 크게 높일수 있는 바, 우리나라의 양자 및 다자간 자원외교를 계속 확대·강화

- 또한, 대외적으로 추진하는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자율성과 유연성을 견지하는 것도 필요

- 정부 차원에서 정례적으로 에너지 안보 전략(Energy Security Strategy) 보고서를 작성함.

○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국가에 대한 에너지 자원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서 강화함.

- 특히 핵심광물에 대한 80%대에 이르는 중국 의존도를 절반 수준 이하로 낮추기 위해 자원 부존국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강화

- 또한, 최근에 정부에서 마련한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같이 에너지 자원 부존지역 및 국가들의 특성과 요구(needs)에 맞는 대상 지역 및 국가 단위의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