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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위기에 직면한 에너지 과소비 문명, “삶의 질을 유지하되 에너지 수요를 줄여라”
에너지가 부와 권력의 핵심 바탕이 된 에너지 전쟁 시대. 에너지 개발과 생산을 중심에 두었던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더이상 인류 문명을 지속할 수 없다.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담보할 에너지 미래학의 답은 무엇인가?
기획의도
핵발전량을 증가시켜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는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2011년 9월에 있었던 전국적인 정전 사고 이후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은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블랙아웃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날카롭다. 그러나 해마다 전력수급 위기를 맞으면서도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으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원자력 의존도가 35%가량인 한국은 줄줄이 이어질 원전 퇴출과 관리 문제에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노후 원자로를 연장가동하는 식의 중단기적인 적응 안이고, 원전 비중이나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같은 중요한 논의에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과 전력 수요 증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세기 동안 자리 잡은 에너지 시스템은 석유와 원자력에 주도권을 내어준 채 대안들이 설 자리를 주지 않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가 원전 르네상스에 제동을 걸고 앞다투어 원자력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대안 없이 시작되었던 탈핵 결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존 에너지 시스템은 여전히 공고하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릴 것 없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값싼 전기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원자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를 에너지 ‘공급’ 문제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의 생산과 공급, 값싼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1980년대 중반의 역逆오일쇼크를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에너지를 저렴하고 풍부한 것으로 인식하고 에너지 관리에 대한 공적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는 에너지 소비량 폭등과 돌이키기 어려운 환경 위기였다. 이 책 《에너지 미래학》은 에너지 개발과 생산에 중심을 두었던 과거의 패러다임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제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에너지 소비와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에너지 시스템의 역사적 경험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에너지 미래학의 몇 가지 시나리오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얻은 결론이다.
에너지 미래학으로 성찰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미래학futurology은 발전 방법을 모색하고, 쟁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유용한 성찰 도구다. 일반적인 경제 예측은 기업이나 국가의 패권주의적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미래학은 미래를 단정하지 않는다. 가능한 여러 미래를 탐색하고, 오늘의 선택과 결정이 미래에 가져올 결과를 숙고한다.
에너지론 학자들이 제시하는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한쪽은 사회 발전이 에너지 성장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며, 다른 한쪽은 에너지 절제가 오히려 사회 발전의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랑스의 에너지·환경단체인 네가와트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후자에 속한다. 사회·경제적 조건을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세계적인 환경 위기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시점에 네가와트 유의 시나리오는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실현할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일구는 에너지의 열린 내일
그동안 에너지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는 에너지 기업들이 주도해왔으며, 에너지 사용자는 요금을 지불하는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렀다. 그러나 기업들의 성장 역학에 종속된 정책은 경제적·환경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 이 책은 에너지 정책이 지난날의 닫힌 시스템에서 벗어나 경제와 사회를 아우르는 인간 활동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시민으로서 권리를 되찾아야 하며,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 또한 그 범위를 확대해 공업, 건축, 교통, 소비자들의 태도, 소비 방식에까지 적용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에너지 문제를 재해석할 때 가정, 기업, 지자체들은 새로운 주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맡게 된다.
새 주체들의 실천에 바탕이 될 새로운 패러다임은 에너지의 소비와 수요로 초점을 옮기는 것이다. 에너지 미래학의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공급을 중시하는 기존의 관점으로는 중장기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에너지 소비 관리, 즉 에너지 사용 기기의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만이 에너지 미래학의 올바른 답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프랑스 에너지환경 정책 싱크탱크의 일원이었던 저자가 제안하는 실천 방안은 유럽에서 검증된 실현 가능성 높은 정책들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책 속으로
1장 에너지 과소비 문명
유가의 상승과 석유 공급의 위기(어느 정도는 조작된 사실이고 어느 정도는 실제 사실인)는 에너지 개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불러왔다. 제일 먼저 나타난 반응은 고전적인 것이었다. 석유 부족난에 대한 조직적인 대처가 그것으로, 유류 배급제도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서구 선진국들은 정치적·기술적·경제적·조직적으로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자국의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다양화하는 방식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 같은 대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첫째는 우선 가장 장래성이 있어 보이는 것으로, 획득하는 데 위험 부담이 적고 산업적 개발이 경제적으로 용이한 다른 에너지원을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것이었다. 석유 탐사 및 개발 지역을 확장하고, 오일셰일oil shale이나 오일샌드oil sand 같은 이른바 ‘비전통석유unconventional oil ’를 동원하고, 태양에너지나 바이오매스에너지biomass energy 등의 재생에너지에 관한 연구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원자력에 도움을 청했다. …
둘째는 완전히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에너지 문제를 에너지 제품의 공급 조건(에너지 공급)에만 국한해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에너지 소비 및 사용 조건(에너지 수요)도 함께 고려하는 관점으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에너지 관리’라는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당시에는 해당 표현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_18∼19쪽
이전에 에너지에 대한 시각은 해당 분야 기업들의 선동하에 오로지 생산력 증대만을 목표로 했고, 사회와 개인을 위한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접근법에서는 경제적·사회적 요구와 이 요구에서 비롯되는 에너지 수요를 상세히 연구했으며, 에너지 기기의 효율성을 개선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했다. 에너지의 ‘합리적 사용’을 추구한 것이다. 훨씬 더 앞서가는 관점들도 제시되었다. 교통 체계에서 자동차의 비중을 재검토하고, 에너지 소비량이 낮은 제품을 체계적으로 사용하고, 재활용 활동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지역에 기존하는 재생자원을 활용하자는 게 그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974년에 마련된 정부 정책과 더불어, 1970년대 후반부터 대학과 노동조합,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창조적 활동이 전개되었다. 1978년 ‘대안 프랑스 프로젝트Projets Alter Francais’에서 시작해 지역으로 확대된 ‘대안 프로젝트’를 두고 하는 얘기다. 독립연구자들에 의해 실행된 이 미래 운동은 에너지 사용 기술과 소비구조를 변화시키면 에너지를 아주 적게 소비해도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과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양은 재생에너지원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_20∼21쪽
2장 에너지 수요 관리
에너지 소비를 관리하는 전략은 인간 활동 전 영역에 걸쳐 있는 문제이며, 이 전략이 실현되려면 장기간에 걸쳐 산업 소비 문명의 특성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 관리 전략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과 장치의 효율성 개선, 에너지에 대한 태도의 변화, 주요 인프라(교통, 도시계획, 국토개발)에 대한 새로운 발상을 통해 모든 경제·사회 활동에서 에너지 소비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그 대책과 방법을 실행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에너지 소비 관리 전략의 목적은 에너지 제품을 현 상황보다 훨씬 적게 소비하면서도 사회 발전 요구에 잘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_31쪽
에너지 효율 개선은 이중으로 득이 되는 전략임이 곧 드러났다. 예전 같으면 에너지 공급에 할애했을 재정적 자원을 주택과 교육·의료시설의 건설이나 대중교통수단의 개발 등과 같은 다른 요구를 충족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경제성장의 조건들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환경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공해를 제일 적게 유발하는 에너지는 결국 소비되지도 생산되지도 않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어떤 일에 대해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때마다 에너지 시스템에 연관된 위험과 공해가 줄어드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행동은 대부분이 적은 비용으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는 공해나 지역적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든 온실효과 악화나 핵 위험 같은 지구적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든 간에 마찬가지다. 게다가 에너지 효율 개선 행동은 에너지 비용을 절약시켜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이미 경제적 수익성이 있다. _34쪽
3장 미래를 탐색하다
에너지 미래학은 오랫동안 에너지 기업들의 전유물로서 기업 전략을 세우는 데 동원되었다. 기업 전략은 시장 확장과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에너지 미래학의 연구는 해당 기업의 성장을 위한 중단기 전망에만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에너지 사용자들의 실제 요구나 사회의 경제, 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에너지 자원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1980년대 이후 세계적 문제가 된 환경 훼손, 에너지 시장의 세계화는 세계의 에너지 미래를 전망할 필요성을 높였다. 더이상 생산자를 중심에 놓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및 사회의 요구와 관심에서부터 출발해서, 약 반세기 후 정도의 충분히 먼 미래를 예상하는 동시에 전 세계 모든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막대한 시공간적 상황 차이도 고려할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해진 것이다. _50쪽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많은 모순을 드러낸다. … 화석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나 핵시설 및 방사성폐기물의 증가, 환경적 영향에 대한 검정을 거치지 않은 재생에너지원의 대량 사용으로 빚어질 수 있는 환경적 긴장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풍부한 에너지 사용을 전제로 하는 시나리오는 이처럼 합리성은 많이 떨어지지만, 특히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서 여전히 생산제일주의를 근본으로 삼는 경영집단들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들어맞는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_57∼58쪽
네가와트 시나리오는 2000년부터 2050년 사이에 최종에너지 소비량이 3분의 1가량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기간에 에너지 소비량이 1.5배 늘어나는 추세 유지형 시나리오에 비해 안락한 생활과 이동성, 산업 생산을 위한 조건을 더 나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기후학자들이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보는 목표, 즉 에너지 시스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4분의 1로 줄이는 목표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은 네가와트가 제시하는 유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옮기는 것 외에는 없다. _71∼72쪽
4장 행동을 위한 방향 설정
목표에 걸맞은 에너지 소비 관리 정책을 실행하려면 무엇보다 도시계획과 교통, 주거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에 들어간 비용은 크나큰 경제적·사회적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경제 침체와 실업 증가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에너지 수입 및 생산 경비(특히 발전소에 대한 투자 경비)가 절감되며, 공해 감소로 보건 지출 또한 절약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 관리가 생명을 구하고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며 보건 지출을 크게 줄이는 등 보건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충분히 부각되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다. _76쪽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은 20세기 마지막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기 동안 이루어진 급격한 발전에 따른 것이며, 에너지 시스템의 중앙집권적 구조도 바로 그 같은 역사적 흐름에서 비롯되었다.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는 에너지 생산·가공 지역과 소비 지역 사이의 거리 증가, 주요 에너지 루트의 세계화, 지역의 결정권 배제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시민은 자신이 소비하는 에너지에 대한 주도권을 점차 상실해왔고, 결국 단순한 소비자의 역할로 밀려나게 되었다. _77쪽
맺는 글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 전략을 경제 발전의 토대로 삼는 것, 이것이 인류가 한 가지 위험을 다른 위험으로 대체하는 식의 도박이나 전 세계 인구의 에너지 문제를 결정적으로 해결해줄 기술적 기적을 기다리는 도박을 피하고 파산도 피할 수 있는(오히려 파산과는 반대의 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환경보호가 경제적 후퇴의 동의어인 것은 아니다. ‘발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는 서로 대립 관계가 아니라 밀접한 공조 관계에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은 경제적인 면과 환경적인 면 양쪽 모두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다. _93∼94쪽
에너지가 부와 권력의 핵심 바탕이 된 에너지 전쟁 시대. 에너지 개발과 생산을 중심에 두었던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더이상 인류 문명을 지속할 수 없다.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담보할 에너지 미래학의 답은 무엇인가?
기획의도
핵발전량을 증가시켜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는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2011년 9월에 있었던 전국적인 정전 사고 이후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은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블랙아웃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날카롭다. 그러나 해마다 전력수급 위기를 맞으면서도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으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원자력 의존도가 35%가량인 한국은 줄줄이 이어질 원전 퇴출과 관리 문제에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노후 원자로를 연장가동하는 식의 중단기적인 적응 안이고, 원전 비중이나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같은 중요한 논의에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과 전력 수요 증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세기 동안 자리 잡은 에너지 시스템은 석유와 원자력에 주도권을 내어준 채 대안들이 설 자리를 주지 않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가 원전 르네상스에 제동을 걸고 앞다투어 원자력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대안 없이 시작되었던 탈핵 결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존 에너지 시스템은 여전히 공고하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릴 것 없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값싼 전기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원자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를 에너지 ‘공급’ 문제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의 생산과 공급, 값싼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1980년대 중반의 역逆오일쇼크를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에너지를 저렴하고 풍부한 것으로 인식하고 에너지 관리에 대한 공적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는 에너지 소비량 폭등과 돌이키기 어려운 환경 위기였다. 이 책 《에너지 미래학》은 에너지 개발과 생산에 중심을 두었던 과거의 패러다임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제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에너지 소비와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에너지 시스템의 역사적 경험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에너지 미래학의 몇 가지 시나리오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얻은 결론이다.
에너지 미래학으로 성찰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미래학futurology은 발전 방법을 모색하고, 쟁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유용한 성찰 도구다. 일반적인 경제 예측은 기업이나 국가의 패권주의적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미래학은 미래를 단정하지 않는다. 가능한 여러 미래를 탐색하고, 오늘의 선택과 결정이 미래에 가져올 결과를 숙고한다.
에너지론 학자들이 제시하는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한쪽은 사회 발전이 에너지 성장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며, 다른 한쪽은 에너지 절제가 오히려 사회 발전의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랑스의 에너지·환경단체인 네가와트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후자에 속한다. 사회·경제적 조건을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세계적인 환경 위기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시점에 네가와트 유의 시나리오는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실현할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일구는 에너지의 열린 내일
그동안 에너지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는 에너지 기업들이 주도해왔으며, 에너지 사용자는 요금을 지불하는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렀다. 그러나 기업들의 성장 역학에 종속된 정책은 경제적·환경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 이 책은 에너지 정책이 지난날의 닫힌 시스템에서 벗어나 경제와 사회를 아우르는 인간 활동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시민으로서 권리를 되찾아야 하며,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 또한 그 범위를 확대해 공업, 건축, 교통, 소비자들의 태도, 소비 방식에까지 적용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에너지 문제를 재해석할 때 가정, 기업, 지자체들은 새로운 주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맡게 된다.
새 주체들의 실천에 바탕이 될 새로운 패러다임은 에너지의 소비와 수요로 초점을 옮기는 것이다. 에너지 미래학의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공급을 중시하는 기존의 관점으로는 중장기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에너지 소비 관리, 즉 에너지 사용 기기의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만이 에너지 미래학의 올바른 답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프랑스 에너지환경 정책 싱크탱크의 일원이었던 저자가 제안하는 실천 방안은 유럽에서 검증된 실현 가능성 높은 정책들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책 속으로
1장 에너지 과소비 문명
유가의 상승과 석유 공급의 위기(어느 정도는 조작된 사실이고 어느 정도는 실제 사실인)는 에너지 개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불러왔다. 제일 먼저 나타난 반응은 고전적인 것이었다. 석유 부족난에 대한 조직적인 대처가 그것으로, 유류 배급제도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서구 선진국들은 정치적·기술적·경제적·조직적으로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자국의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다양화하는 방식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 같은 대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첫째는 우선 가장 장래성이 있어 보이는 것으로, 획득하는 데 위험 부담이 적고 산업적 개발이 경제적으로 용이한 다른 에너지원을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것이었다. 석유 탐사 및 개발 지역을 확장하고, 오일셰일oil shale이나 오일샌드oil sand 같은 이른바 ‘비전통석유unconventional oil ’를 동원하고, 태양에너지나 바이오매스에너지biomass energy 등의 재생에너지에 관한 연구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원자력에 도움을 청했다. …
둘째는 완전히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에너지 문제를 에너지 제품의 공급 조건(에너지 공급)에만 국한해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에너지 소비 및 사용 조건(에너지 수요)도 함께 고려하는 관점으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에너지 관리’라는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당시에는 해당 표현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_18∼19쪽
이전에 에너지에 대한 시각은 해당 분야 기업들의 선동하에 오로지 생산력 증대만을 목표로 했고, 사회와 개인을 위한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접근법에서는 경제적·사회적 요구와 이 요구에서 비롯되는 에너지 수요를 상세히 연구했으며, 에너지 기기의 효율성을 개선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했다. 에너지의 ‘합리적 사용’을 추구한 것이다. 훨씬 더 앞서가는 관점들도 제시되었다. 교통 체계에서 자동차의 비중을 재검토하고, 에너지 소비량이 낮은 제품을 체계적으로 사용하고, 재활용 활동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지역에 기존하는 재생자원을 활용하자는 게 그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974년에 마련된 정부 정책과 더불어, 1970년대 후반부터 대학과 노동조합,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창조적 활동이 전개되었다. 1978년 ‘대안 프랑스 프로젝트Projets Alter Francais’에서 시작해 지역으로 확대된 ‘대안 프로젝트’를 두고 하는 얘기다. 독립연구자들에 의해 실행된 이 미래 운동은 에너지 사용 기술과 소비구조를 변화시키면 에너지를 아주 적게 소비해도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과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양은 재생에너지원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_20∼21쪽
2장 에너지 수요 관리
에너지 소비를 관리하는 전략은 인간 활동 전 영역에 걸쳐 있는 문제이며, 이 전략이 실현되려면 장기간에 걸쳐 산업 소비 문명의 특성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 관리 전략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과 장치의 효율성 개선, 에너지에 대한 태도의 변화, 주요 인프라(교통, 도시계획, 국토개발)에 대한 새로운 발상을 통해 모든 경제·사회 활동에서 에너지 소비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그 대책과 방법을 실행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에너지 소비 관리 전략의 목적은 에너지 제품을 현 상황보다 훨씬 적게 소비하면서도 사회 발전 요구에 잘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_31쪽
에너지 효율 개선은 이중으로 득이 되는 전략임이 곧 드러났다. 예전 같으면 에너지 공급에 할애했을 재정적 자원을 주택과 교육·의료시설의 건설이나 대중교통수단의 개발 등과 같은 다른 요구를 충족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경제성장의 조건들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환경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공해를 제일 적게 유발하는 에너지는 결국 소비되지도 생산되지도 않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어떤 일에 대해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때마다 에너지 시스템에 연관된 위험과 공해가 줄어드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행동은 대부분이 적은 비용으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는 공해나 지역적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든 온실효과 악화나 핵 위험 같은 지구적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든 간에 마찬가지다. 게다가 에너지 효율 개선 행동은 에너지 비용을 절약시켜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이미 경제적 수익성이 있다. _34쪽
3장 미래를 탐색하다
에너지 미래학은 오랫동안 에너지 기업들의 전유물로서 기업 전략을 세우는 데 동원되었다. 기업 전략은 시장 확장과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에너지 미래학의 연구는 해당 기업의 성장을 위한 중단기 전망에만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에너지 사용자들의 실제 요구나 사회의 경제, 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에너지 자원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1980년대 이후 세계적 문제가 된 환경 훼손, 에너지 시장의 세계화는 세계의 에너지 미래를 전망할 필요성을 높였다. 더이상 생산자를 중심에 놓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및 사회의 요구와 관심에서부터 출발해서, 약 반세기 후 정도의 충분히 먼 미래를 예상하는 동시에 전 세계 모든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막대한 시공간적 상황 차이도 고려할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해진 것이다. _50쪽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많은 모순을 드러낸다. … 화석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나 핵시설 및 방사성폐기물의 증가, 환경적 영향에 대한 검정을 거치지 않은 재생에너지원의 대량 사용으로 빚어질 수 있는 환경적 긴장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풍부한 에너지 사용을 전제로 하는 시나리오는 이처럼 합리성은 많이 떨어지지만, 특히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서 여전히 생산제일주의를 근본으로 삼는 경영집단들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들어맞는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_57∼58쪽
네가와트 시나리오는 2000년부터 2050년 사이에 최종에너지 소비량이 3분의 1가량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기간에 에너지 소비량이 1.5배 늘어나는 추세 유지형 시나리오에 비해 안락한 생활과 이동성, 산업 생산을 위한 조건을 더 나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기후학자들이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보는 목표, 즉 에너지 시스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4분의 1로 줄이는 목표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은 네가와트가 제시하는 유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옮기는 것 외에는 없다. _71∼72쪽
4장 행동을 위한 방향 설정
목표에 걸맞은 에너지 소비 관리 정책을 실행하려면 무엇보다 도시계획과 교통, 주거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에 들어간 비용은 크나큰 경제적·사회적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경제 침체와 실업 증가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에너지 수입 및 생산 경비(특히 발전소에 대한 투자 경비)가 절감되며, 공해 감소로 보건 지출 또한 절약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 관리가 생명을 구하고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며 보건 지출을 크게 줄이는 등 보건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충분히 부각되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다. _76쪽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은 20세기 마지막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기 동안 이루어진 급격한 발전에 따른 것이며, 에너지 시스템의 중앙집권적 구조도 바로 그 같은 역사적 흐름에서 비롯되었다.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는 에너지 생산·가공 지역과 소비 지역 사이의 거리 증가, 주요 에너지 루트의 세계화, 지역의 결정권 배제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시민은 자신이 소비하는 에너지에 대한 주도권을 점차 상실해왔고, 결국 단순한 소비자의 역할로 밀려나게 되었다. _77쪽
맺는 글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 전략을 경제 발전의 토대로 삼는 것, 이것이 인류가 한 가지 위험을 다른 위험으로 대체하는 식의 도박이나 전 세계 인구의 에너지 문제를 결정적으로 해결해줄 기술적 기적을 기다리는 도박을 피하고 파산도 피할 수 있는(오히려 파산과는 반대의 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환경보호가 경제적 후퇴의 동의어인 것은 아니다. ‘발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는 서로 대립 관계가 아니라 밀접한 공조 관계에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은 경제적인 면과 환경적인 면 양쪽 모두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다. _93∼94쪽
목차
1장 에너지 과소비 문명
2장 에너지 수요 관리
3장 미래를 탐색하다
4장 행동을 위한 방향 설정
맺는 글
부록 1 에너지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된 위험
부록 2 에너지 루트의 여러 단계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