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도서Adam's fallacy a guide to economic theology
아담의 오류: 던컨 폴리의 경제학사 강의
- 발행사항
- 서울 : 후마니타스, 2011
- 형태사항
- 312 p. : 도표 ; 21 cm
- 주제명
- 경제학[經濟學]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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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외도서 | G100467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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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G100467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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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연구외도서
책 소개
1. 경제학? 경제 신학? 혹은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경제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누구나 처음 접하게 되는 충고는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경제학의 눈으로,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라! 비단 경제학만이 아닙니다. 정치학을 공부해도, 사회학을 공부해도, 늘 부딪히는 충고는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학의 논리와 방법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라! 이처럼, 아담 스미스 이래로 오늘날 가장 유망한 지식 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경제학은 모든 사회과학이 동경하고 꿈꾸는 ‘과학적’ 학문이자, 모든 사회과학 방법론의 토대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학계의 사정만은 아닙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이 주문을 겁니다. “정치적 논리를 떠나 오로지 경제적 논리만 따져 묻는다!” “오직 경제만 생각하고, 경제만 위하며, 경제만 구하자!” 마치, 경제 논리는 모든 갈등을 뛰어넘는 ‘과학적’ 해법을 가지고 있다는 듯 말입니다. 정치인이 정치인이길 멈추고, 경제학자 행세를 해야 하는 한국 사회. 그런데, 그토록 경제만 생각했던 지난 세월,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이 책은 이와 같은 관점과 시각에 대한 짧은 기소장입니다.
2. 아담의 오류
이 기소장에는 위대한 경제학의 대가들의 이름이 줄줄이 들어 있습니다. 경제학의 조상 아담 스미스를 필두로, 리카도, 맬서스, 마르크스, 한계주의 혁명의 주요 이론가들, 케인스, 하이에크, 베블런, 슘페터 등등. 대가들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는 대략 넘어가지만, 대가들의 핵심 아이디어와 경제학에 대한 독창적 기여는 그 누구 못지않게 솜씨 있게 다루어집니다. 그러나 수많은 대가들에 대한 한 권의 ‘기소장’이니만큼 저자는 ‘아담의 오류’라는 하나의 일관된 관점을 대가들의 주요 저술에 나타난 핵심 내용들에 들이대며 따져 묻습니다. 물론 대가들도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습니다. 대가들인 만큼 자신들의 오류를 날것 그대로 보여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던컨 폴리와 경제학의 거장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싸움. 내기에 걸린 것은 바로 ‘아담의 오류’입니다.
그럼, 던컨 폴리가 말하는 ‘아담의 오류’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담 스미스의 직접적인 후계자이자, 주요 지적 산업으로 발전해 온 현대 경제학은 구체적으로는 경제적인 공간과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정치적인 영역 사이의 분할이라는 생각을 깊숙이 내포하고 있다. 경제학 교육은 내가 아담 스미스의 오류라고 부른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이는 경제적 법칙과 원칙들의 철학적 기초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이따금씩 이루어지지만, 경제학의 모형과 일반적 원리들에 내재된 암묵적 가정들을 다루는 과정에 훨씬 더 만연해 있다. 경제학자들은 흔히 학생들에게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라”라고 가르치면서 자신들의 이런 측면들을 드러내곤 한다. 이런 점에서 내 책은 이런 관점에 대한 짧은 기소장이다.
“내가 보기에, 그 오류는 경제적 삶의 공간을 그 밖의 나머지 사회적 삶의 공간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경제적 삶의 공간은 객관적 법칙에 따라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사회에 이익이 되는 이기심을 추구하는 공간이며, 그 밖의 사회적 삶의 공간은 그런 이기심의 추구로 인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다른 목적과 관련해서는 [이기심의 추구가_옮긴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훨씬 혼란스럽고, 덜 규정적이며, 도덕적 문제를 내포하는 정치[학_옮긴이], 사회 갈등, 그리고 가치들로부터, 그 자체의 특수한 조직화 원칙을 가진, 경제 영역의 이와 같은 분리가 학문 영역으로서의 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내 생각에 “아담 스미스의 오류”는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의 핵심이다.”
요약하자면, 그간의 경제학의 역사는 아담 스미스 이래로, ① 경제와 다른 영역은 분리할 수 있으며, ② 경제적 삶의 공간은 객관적인 법칙에 따라 규정되는, 따라서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자기중심적이며, 적대적이고, 비인격적인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어떻게 선한 사람이 되고, 선한 도덕적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 말입니다. 이 점에서 폴리는 근대 경제학의 역사는 사실 경제 신학의 역사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신학이 전지전능한 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과 나쁜 일들을 설명하려 끊임없이 노력했듯이, (정치)경제학은 자본주의와 같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매혹적인 사회.역사적 과정이 어떻게 해서 다루기 힘들고 추악한 문제들(그리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을 양산하는지에 관한 질문과 씨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던컨 폴리는 근대 경제학의 역사는 이와 같은 아담 스미스의 오류를 당대의 역사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합리화하고 방어하며 뒷받침할 것인지, 나아가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와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사회를 어떻게 화해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둘러싼 거장들 사이의 대결로 파악합니다.
3. 경제 신학에서 벗어나기
던컨 폴리는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라”는 충고는 아담의 오류를 감추고 있으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시각이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합리화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경제 신학’에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폴리는 우리가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오히려 경제학자처럼 생각을 했을 때 놓치는 것은 무엇이며, 그런 생각이 어떤 문제들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의 오류가 제시하는 위안의 환상에서 벗어날 때에만, 우리는 주류적인 경제적 관점을 통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오늘날 세계화된 세계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저자가 경제학자들이 가진 사고방식이 모두 오류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우리는 위대한 정치경제학자들이 성취한 지적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 때에 비로소 산업자본주의가 풀어 놓은 물질적 풍요에 대한 약속이 현대사회의 고질적 문제들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사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은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가였던 마르크스에게도 적용됩니다. 던컨 폴리가 오늘날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임에도, 폴리의 비판적 시각은 마르크스에게도 적용됩니다. 비록 마르크스가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과 문제점들을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분석하고 있다 해도, 그 역시 인간의 역사(전자본주의사회는 물론, 사회주의에 대한 전망에서조차)를 자본주의사회의 범주와 구성 요소들을 통해 파악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의 형식을 적절히 사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저자는 마르크스 그 자신 역시 아담의 오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자본주의사회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의 형식을 사고하기 위해서는 아담의 오류와의 진정한 단절이 필요할 것입니다.
4. 던컨 폴리의 이론적 여정
그 어떤 경제사상사 책보다 <아담의 오류>는 경제 사상사를 이루고 있는 핵심적 가설과 이론에 집중해 경제학 역사에 이정표를 남긴 주요 학자들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비전공자들은 물론, 전공자들에게도 경제 사상사의 주요 주제들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장점은 특히, 그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물론 주류 경제학에도 주요 성과를 낸 학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던컨 폴리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MIT와 스탠포드 대학 교수를 역임했듯이, 주류 경제학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났던 학자였습니다. 던컨 폴리의 초기 작업은 주로 주류 경제학 신고전파 입장에서 이루어졌으며, 미겔 시드라우스키와 공저한 <성장 경제에서 화폐와 재정 정책>은 이 분야에서 매우 잘 알려진 작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후 그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였는데, 그와 프랑스의 경제학자 제라르 뒤메닐이 개척한 노동 가치론의 ‘신해석’은 마르크스 사후 100여 년 동안 진행된 ‘전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이후에도 그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관련된 여러 논제들, 재생산?축적?위기 및 기술 변화와 관련된 새로운 해석과 이를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는 수학적 모형의 개발에 주력하여 왔습니다.
현재는 비선형 동역학 및 행위자 기반 모형에 기초하여 ‘기후변화’ 및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좀 더 넓은 범위의 주제들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그는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은 물론이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또는 비주류 경제학과 같은 경제학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작업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이런 장점을 십분 살려 어떤 경제학적 조류에도 휩쓸리지 않으며, 경제학 논의 안에서 자신이 겪어 온 학문적 역정을 담담히 회고하고, 그러한 논의의 결정적 취약점을 숨김없이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 각 장별 주요 내용
1장 아담 스미스의 비전
근대 정치경제학의 시조 아담 스미스를 다룬다. 특히, 현대 산업사회의 논리로서 분업과 자본축적에 관련된 논의와 노동 가치론에 대해 살펴본다. 이런 분석을 통해 아담 스미스의 오류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과 그 배경을 살핀다.
스미스는 비록 최초는 아니지만, 근대사회를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보는 방식을 공고히 했다. 이 두 영역 가운데 하나는 개인들이 주도하고 상호 작용하는 경제적 영역으로, 사익 추구의 유익한 결과를 보증하는 비인격적인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다른 하나는 이기심이 가져오는 사회적 결과들에 대한 의식적인 균형을 필요로 하는 영역으로, 이는 정치?종교?도덕적 상호 작용을 포함하는 그 밖의 사회적 삶의 영역이다. 이런 분할이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을 분과 학문으로 성립시킨 자유주의적 경제 세계관의 토대가 된다.(본문 16쪽)
2장 음울한 학문
맬서스와 리카도의 주요 논의를 다룬다. 급속히 진행되던 영국 사회의 산업화 및 자본주의적 발전과 그것이 초래한 불안과 갈등 속에서 이를 설명하고 양자를 조화시키려 한 맬서스와 리카도의 논리를 추적한다. <인구론>을 통해 당시 노동계급이 처했던 비참한 상황의 원인과 자본주의적 발전의 딜레마를 제기했던 맬서스, 기술 변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성찰을 통해 지주계급의 불만을 해소하고, 자본주의적 발전의 경로와 장점을 설명한 리카도의 이론 틀 속에서 아담의 오류가 어떻게 변주되고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3장 가장 엄격한 비판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엄격한 비판자였던 마르크스의 이론을 살펴본다. ‘비판의 대가’인 마르크스가 역사 유물론적 관점을 통해 비판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과 아담의 오류를 다룬다. 비록, 주류 경제학의 시각에 가장 강력한 비판자였지만, 마르크스에게서 나타나는 자본주의에 대한 양가적 감정과 자본주의에 대한 그와 같은 마르크스의 이중적 태도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핀다. 마르크스의 이름으로 나타난 사회혁명의 한계와 문제점이 무엇인지 역시 짚어 본다.
4장 한계주의자들
리카도의 논의가 마르크스를 통해 급진적인 사회 비판으로 변형됨에 따라서 경제학은 새로운 틀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한계주의 경제학은 자신들의 논의를 ‘욕망의 미적분학’이라 규정하면서, 경제학에 새로운 언어를 선물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언어는 여전히 ‘아담의 오류’를 반복하면서 경제학을 사회적 삶으로부터 분리하고, 자기만족적 학문으로 발전하게 된다. 던컨 폴리는 이러한 한계주의 혁명이 갖고 있는 의미와 내용을 멩거, 제본스, 클라크, 발라스 등의 이론을 통해 살펴본다.
5장 허공의 목소리
19세기 말 20세기 초 전쟁과 대규모의 공황으로 격랑에 휩쓸린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등장했던 케인스의 이론과 현대 경제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케인스가 넘어 서고자 했던 아담의 오류는 무엇이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 본다. 케인스가 20세기 중반 이후의 복지국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비록 당대에는 케인스에 패배해 뒷전으로 밀려났던, 하이에크가 어떻게 이론적 반격을 준비했는지를 다룬다. 또한 너무나 덜 자본주의적이어서 불만이었던 현실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급진적 비판의 내용과 문제점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슘페터가 전망했던 자본주의의 암울한 미래 경로와 그 의미를 살핀다.
6장 거대한 환상
아담의 오류는 정말로 오류인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자기 조정적 체계로서 시장과 고유한 자기 조직 원리를 갖는 경제적 삶은 왜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는가? 자본주의에 기초한 경제 행위들의 결과는 얼마나 윤리적인가? 아니면 이러한 윤리적 결과와 아무 상관이 없는가? 경제학 내부에서 주요 이론가들은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경제학의 궁극적 의미와 가치를 성찰한다.
아담 스미스의 오류의 과장된 주장과는 달리, 시장 자본주의는 안정적이고, 자기 조절적인 체계가 아니다. 그것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를 육성하기 위해 의식적이고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이기심의 추구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이고 규제적인 개입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것이 케인스의 경제적 비전이 담고 있는 주요 주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아담 스미스로부터 한계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이는 정치경제학의 하위 주제에 지나지 않았다.(본문 275~6쪽)
경제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누구나 처음 접하게 되는 충고는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경제학의 눈으로,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라! 비단 경제학만이 아닙니다. 정치학을 공부해도, 사회학을 공부해도, 늘 부딪히는 충고는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학의 논리와 방법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라! 이처럼, 아담 스미스 이래로 오늘날 가장 유망한 지식 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경제학은 모든 사회과학이 동경하고 꿈꾸는 ‘과학적’ 학문이자, 모든 사회과학 방법론의 토대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학계의 사정만은 아닙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이 주문을 겁니다. “정치적 논리를 떠나 오로지 경제적 논리만 따져 묻는다!” “오직 경제만 생각하고, 경제만 위하며, 경제만 구하자!” 마치, 경제 논리는 모든 갈등을 뛰어넘는 ‘과학적’ 해법을 가지고 있다는 듯 말입니다. 정치인이 정치인이길 멈추고, 경제학자 행세를 해야 하는 한국 사회. 그런데, 그토록 경제만 생각했던 지난 세월,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이 책은 이와 같은 관점과 시각에 대한 짧은 기소장입니다.
2. 아담의 오류
이 기소장에는 위대한 경제학의 대가들의 이름이 줄줄이 들어 있습니다. 경제학의 조상 아담 스미스를 필두로, 리카도, 맬서스, 마르크스, 한계주의 혁명의 주요 이론가들, 케인스, 하이에크, 베블런, 슘페터 등등. 대가들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는 대략 넘어가지만, 대가들의 핵심 아이디어와 경제학에 대한 독창적 기여는 그 누구 못지않게 솜씨 있게 다루어집니다. 그러나 수많은 대가들에 대한 한 권의 ‘기소장’이니만큼 저자는 ‘아담의 오류’라는 하나의 일관된 관점을 대가들의 주요 저술에 나타난 핵심 내용들에 들이대며 따져 묻습니다. 물론 대가들도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습니다. 대가들인 만큼 자신들의 오류를 날것 그대로 보여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던컨 폴리와 경제학의 거장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싸움. 내기에 걸린 것은 바로 ‘아담의 오류’입니다.
그럼, 던컨 폴리가 말하는 ‘아담의 오류’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담 스미스의 직접적인 후계자이자, 주요 지적 산업으로 발전해 온 현대 경제학은 구체적으로는 경제적인 공간과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정치적인 영역 사이의 분할이라는 생각을 깊숙이 내포하고 있다. 경제학 교육은 내가 아담 스미스의 오류라고 부른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이는 경제적 법칙과 원칙들의 철학적 기초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이따금씩 이루어지지만, 경제학의 모형과 일반적 원리들에 내재된 암묵적 가정들을 다루는 과정에 훨씬 더 만연해 있다. 경제학자들은 흔히 학생들에게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라”라고 가르치면서 자신들의 이런 측면들을 드러내곤 한다. 이런 점에서 내 책은 이런 관점에 대한 짧은 기소장이다.
“내가 보기에, 그 오류는 경제적 삶의 공간을 그 밖의 나머지 사회적 삶의 공간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경제적 삶의 공간은 객관적 법칙에 따라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사회에 이익이 되는 이기심을 추구하는 공간이며, 그 밖의 사회적 삶의 공간은 그런 이기심의 추구로 인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다른 목적과 관련해서는 [이기심의 추구가_옮긴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훨씬 혼란스럽고, 덜 규정적이며, 도덕적 문제를 내포하는 정치[학_옮긴이], 사회 갈등, 그리고 가치들로부터, 그 자체의 특수한 조직화 원칙을 가진, 경제 영역의 이와 같은 분리가 학문 영역으로서의 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내 생각에 “아담 스미스의 오류”는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의 핵심이다.”
요약하자면, 그간의 경제학의 역사는 아담 스미스 이래로, ① 경제와 다른 영역은 분리할 수 있으며, ② 경제적 삶의 공간은 객관적인 법칙에 따라 규정되는, 따라서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자기중심적이며, 적대적이고, 비인격적인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어떻게 선한 사람이 되고, 선한 도덕적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 말입니다. 이 점에서 폴리는 근대 경제학의 역사는 사실 경제 신학의 역사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신학이 전지전능한 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과 나쁜 일들을 설명하려 끊임없이 노력했듯이, (정치)경제학은 자본주의와 같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매혹적인 사회.역사적 과정이 어떻게 해서 다루기 힘들고 추악한 문제들(그리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을 양산하는지에 관한 질문과 씨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던컨 폴리는 근대 경제학의 역사는 이와 같은 아담 스미스의 오류를 당대의 역사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합리화하고 방어하며 뒷받침할 것인지, 나아가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와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사회를 어떻게 화해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둘러싼 거장들 사이의 대결로 파악합니다.
3. 경제 신학에서 벗어나기
던컨 폴리는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라”는 충고는 아담의 오류를 감추고 있으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시각이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합리화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경제 신학’에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폴리는 우리가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오히려 경제학자처럼 생각을 했을 때 놓치는 것은 무엇이며, 그런 생각이 어떤 문제들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의 오류가 제시하는 위안의 환상에서 벗어날 때에만, 우리는 주류적인 경제적 관점을 통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오늘날 세계화된 세계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저자가 경제학자들이 가진 사고방식이 모두 오류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우리는 위대한 정치경제학자들이 성취한 지적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 때에 비로소 산업자본주의가 풀어 놓은 물질적 풍요에 대한 약속이 현대사회의 고질적 문제들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사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은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가였던 마르크스에게도 적용됩니다. 던컨 폴리가 오늘날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임에도, 폴리의 비판적 시각은 마르크스에게도 적용됩니다. 비록 마르크스가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과 문제점들을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분석하고 있다 해도, 그 역시 인간의 역사(전자본주의사회는 물론, 사회주의에 대한 전망에서조차)를 자본주의사회의 범주와 구성 요소들을 통해 파악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의 형식을 적절히 사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저자는 마르크스 그 자신 역시 아담의 오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자본주의사회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의 형식을 사고하기 위해서는 아담의 오류와의 진정한 단절이 필요할 것입니다.
4. 던컨 폴리의 이론적 여정
그 어떤 경제사상사 책보다 <아담의 오류>는 경제 사상사를 이루고 있는 핵심적 가설과 이론에 집중해 경제학 역사에 이정표를 남긴 주요 학자들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비전공자들은 물론, 전공자들에게도 경제 사상사의 주요 주제들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장점은 특히, 그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물론 주류 경제학에도 주요 성과를 낸 학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던컨 폴리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MIT와 스탠포드 대학 교수를 역임했듯이, 주류 경제학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났던 학자였습니다. 던컨 폴리의 초기 작업은 주로 주류 경제학 신고전파 입장에서 이루어졌으며, 미겔 시드라우스키와 공저한 <성장 경제에서 화폐와 재정 정책>은 이 분야에서 매우 잘 알려진 작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후 그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였는데, 그와 프랑스의 경제학자 제라르 뒤메닐이 개척한 노동 가치론의 ‘신해석’은 마르크스 사후 100여 년 동안 진행된 ‘전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이후에도 그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관련된 여러 논제들, 재생산?축적?위기 및 기술 변화와 관련된 새로운 해석과 이를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는 수학적 모형의 개발에 주력하여 왔습니다.
현재는 비선형 동역학 및 행위자 기반 모형에 기초하여 ‘기후변화’ 및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좀 더 넓은 범위의 주제들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그는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은 물론이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또는 비주류 경제학과 같은 경제학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작업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이런 장점을 십분 살려 어떤 경제학적 조류에도 휩쓸리지 않으며, 경제학 논의 안에서 자신이 겪어 온 학문적 역정을 담담히 회고하고, 그러한 논의의 결정적 취약점을 숨김없이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 각 장별 주요 내용
1장 아담 스미스의 비전
근대 정치경제학의 시조 아담 스미스를 다룬다. 특히, 현대 산업사회의 논리로서 분업과 자본축적에 관련된 논의와 노동 가치론에 대해 살펴본다. 이런 분석을 통해 아담 스미스의 오류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과 그 배경을 살핀다.
스미스는 비록 최초는 아니지만, 근대사회를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보는 방식을 공고히 했다. 이 두 영역 가운데 하나는 개인들이 주도하고 상호 작용하는 경제적 영역으로, 사익 추구의 유익한 결과를 보증하는 비인격적인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다른 하나는 이기심이 가져오는 사회적 결과들에 대한 의식적인 균형을 필요로 하는 영역으로, 이는 정치?종교?도덕적 상호 작용을 포함하는 그 밖의 사회적 삶의 영역이다. 이런 분할이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을 분과 학문으로 성립시킨 자유주의적 경제 세계관의 토대가 된다.(본문 16쪽)
2장 음울한 학문
맬서스와 리카도의 주요 논의를 다룬다. 급속히 진행되던 영국 사회의 산업화 및 자본주의적 발전과 그것이 초래한 불안과 갈등 속에서 이를 설명하고 양자를 조화시키려 한 맬서스와 리카도의 논리를 추적한다. <인구론>을 통해 당시 노동계급이 처했던 비참한 상황의 원인과 자본주의적 발전의 딜레마를 제기했던 맬서스, 기술 변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성찰을 통해 지주계급의 불만을 해소하고, 자본주의적 발전의 경로와 장점을 설명한 리카도의 이론 틀 속에서 아담의 오류가 어떻게 변주되고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3장 가장 엄격한 비판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엄격한 비판자였던 마르크스의 이론을 살펴본다. ‘비판의 대가’인 마르크스가 역사 유물론적 관점을 통해 비판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과 아담의 오류를 다룬다. 비록, 주류 경제학의 시각에 가장 강력한 비판자였지만, 마르크스에게서 나타나는 자본주의에 대한 양가적 감정과 자본주의에 대한 그와 같은 마르크스의 이중적 태도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핀다. 마르크스의 이름으로 나타난 사회혁명의 한계와 문제점이 무엇인지 역시 짚어 본다.
4장 한계주의자들
리카도의 논의가 마르크스를 통해 급진적인 사회 비판으로 변형됨에 따라서 경제학은 새로운 틀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한계주의 경제학은 자신들의 논의를 ‘욕망의 미적분학’이라 규정하면서, 경제학에 새로운 언어를 선물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언어는 여전히 ‘아담의 오류’를 반복하면서 경제학을 사회적 삶으로부터 분리하고, 자기만족적 학문으로 발전하게 된다. 던컨 폴리는 이러한 한계주의 혁명이 갖고 있는 의미와 내용을 멩거, 제본스, 클라크, 발라스 등의 이론을 통해 살펴본다.
5장 허공의 목소리
19세기 말 20세기 초 전쟁과 대규모의 공황으로 격랑에 휩쓸린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등장했던 케인스의 이론과 현대 경제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케인스가 넘어 서고자 했던 아담의 오류는 무엇이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 본다. 케인스가 20세기 중반 이후의 복지국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비록 당대에는 케인스에 패배해 뒷전으로 밀려났던, 하이에크가 어떻게 이론적 반격을 준비했는지를 다룬다. 또한 너무나 덜 자본주의적이어서 불만이었던 현실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급진적 비판의 내용과 문제점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슘페터가 전망했던 자본주의의 암울한 미래 경로와 그 의미를 살핀다.
6장 거대한 환상
아담의 오류는 정말로 오류인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자기 조정적 체계로서 시장과 고유한 자기 조직 원리를 갖는 경제적 삶은 왜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는가? 자본주의에 기초한 경제 행위들의 결과는 얼마나 윤리적인가? 아니면 이러한 윤리적 결과와 아무 상관이 없는가? 경제학 내부에서 주요 이론가들은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경제학의 궁극적 의미와 가치를 성찰한다.
아담 스미스의 오류의 과장된 주장과는 달리, 시장 자본주의는 안정적이고, 자기 조절적인 체계가 아니다. 그것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를 육성하기 위해 의식적이고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이기심의 추구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이고 규제적인 개입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것이 케인스의 경제적 비전이 담고 있는 주요 주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아담 스미스로부터 한계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이는 정치경제학의 하위 주제에 지나지 않았다.(본문 275~6쪽)
목차
감사의 글 / 서문
1. 아담 스미스의 비전
분업 / 가치론 / 자본축적 / 보이지 않는 손과 국가 / 스미스의 화폐론 / 아담의 오류 다시 보기
2. 음울한 학문
스미스에 대한 재검토 / 맬서스와 인구 / 맬서스 <인구론>의 배경 / 맬서스의 가설과 그 함의 / 맬서스의 논리 / 맬서스 이후의 인구와 식량 / 리카도와 성장의 한계 / 리카도의 노동 가치론 / 축적과 정상상태 / 기계에 대한 리카도의 관점 / 아담의 오류와 빈곤의 정치경제학
3. 가장 엄격한 비판
역사 유물론과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 상품과 가치론 / 자본주의적 착취와 축적 / 축적, 기술 변화, 이윤율 저하 / 시초 축적 / 사회주의로의 이행 / 마르크스와 프롤레타리아혁명 / 20세기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사회 변화
4. 한계주의자들
아담의 오류에는 새로운 신발이 필요하다 / 한계주의 / 가격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 한계주의와 사회 후생 / 한계주의, 고전학파 경제학, 그리고 시간 / 베블런과 과시적 소비
5. 허공의 목소리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케인스 시대의 세계 자본주의 / 세의 법칙과 자유방임 / 노동시장과 실업 / 기대와 화폐 / 자본주의의 운명 / 복잡성 대 집산주의 / 기술의 예언자
6. 거대한 환상
거울보기 / 두 개의 팔을 가진 경제학 / 아담의 오류에서 탈출하기 / 아담의 저주에 맞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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