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도서역사도서관 014Women on the MarginsThree Seventeenth Century Lives
주변부의 여성들: 17세기 세 여성의 삶
- 발행사항
- 서울 : 길, 2014
- 형태사항
- 479 p. : 삽화 ; 23 cm
- 총서사항
- 역사도서관 ; 014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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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외도서 | G100820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G100820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연구외도서
책 소개
역사학에서의 ‘미시사’ 서술방식, 아직도 유효한가
국내 독자들에게 『마르탱 귀르의 귀향』으로 잘 알려진 내털리 데이비스(Natalie Davis)가 역사서술에서 중심부와 주변부의 문제를 핵심 주제로 다룬 이번 책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주변부’가 문화의 저장고들 사이에 위치하는 경계지대로서 새로운 성장의 토대임을 밝히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실, 최근까지 서양사 분야에서 ‘미시사’ 서술은 아주 흥미로운 역사 담론을 이끌어오고 역사학 서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왔는데, 다만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전체 역사와의 관계에서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하는 데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데이비스의 경우, 그녀의 글쓰기가 역사학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돌려주고 기존 역사서술에서는 배제된 계층과 성에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아 준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이나 일화에 초점을 맞추어온 그녀의 분석이 과연 유럽이라는 중심을 벗어나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이라는 중심조차 벗어나고자 하는 최근 역사학의 전 지구적 기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이에 대해 데이비스는 지역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전 지구적 전망을 담은 역사를 쓰는 일은 보기와 달리 결코 서로 대립하는 기획이 아니며 오히려 ‘탈중심화’(decentering)라는 과제를 공유하고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지향하는 지역적이거나 미시적인 이야기는 일탈적 개인이나 일화를 일종의 입각점이자 입구로 삼아 다양한 요소가 교차하며 빚어내는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관계와 의미를 추적함으로써 제한적이나마 한 사회의 전체상을 가늠하는 ‘관계의 서술’이지 결코 하나의 큰 중심을 여러 개의 작은 중심들로 대체하는 파편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데이비스의 역사적 관점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는 역사서술의 모범을 보여준다. 그녀가 2010년 인문, 사회과학, 법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학자에게 노르웨이 정부가 수여하는 홀베르(Holberg)상을 수상하면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 책을 자신의 역사 연구에서 아주 중요한 지적 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이 그녀의 지적 작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17세기 주변부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주변부적인 것’의 역사성에 주목
데이비스는 위와 같은 역사서술을 구체적으로 ‘비교’의 관점과 ‘문화 교류’의 관점에서 시도한다. 유럽과 일본의 종교를 비교 연구해 이른바 ‘다중적 근대성’을 주장한 슈무엘 아이젠슈타트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근대화: 비교의 관점』에서 영감을 받아 쓴 이 책에서 그녀는 17세기 세 여성, 즉 독일계 유대인 상인 글리클 바스 유다 라이프, 프랑스 출신 가톨릭 선교사 마리 기야르, 그리고 독일과 네덜란드를 넘나들며 활동한 신교도 화가이자 곤충학자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삶을 비교한다.
유럽 내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았고 종교, 직업, 계급이 달랐고, 결혼생활의 방식과 자녀 양육에 대한 태도까지도 모두 달랐던 세 여성의 삶을 각각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데이비스는 17세기 유럽의 도시 여성의 삶에 열려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고자 한다. 특히 그녀는 세 여성의 비교에서 하나의 표준적인 삶을 준거로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세 여성의 삶의 구조나 전형의 예로 환원하지 않고 각자의 제한된 조건 안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연출하는 주체로서 제시한다.
그런데 이런 비교의 과정은 데이비스를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는데, 그것은 세 여성 모두 일종의 이주를 경험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주와 여행의 결과 세 여성의 삶에는 새로운 세계와 조우한 흔적들이 각인되었다. 특히 마리 기야르의 삶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과의 만남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삶에는 수리남 식민지의 카리브와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과의 만남이 각인되었고 그 흔적들이 그들이 남긴 자서전, 편지, 화첩과 곤충 연구서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데이비스는 그 속으로 파고들어 이 여성들이 낯선 세계와의 만남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추적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을 통해 이들과 대화하고 상호작용한 낯선 세계의 삶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그리스도교를 바라보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시선, 그것을 수용하는 그들의 전략, 모피와 총의 거래가 그들에게 의미하는 것, 자연을 설명하는 아프리카인의 방식, 수리남 식민사회에서 아프리카 출신과 카리브 출신 노예들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세계관 등이 그것이다. 이 자료들은 이후 여러 차례 출간을 거듭했고 타인에 의한 가필과 수정, 편집을 거쳐 여러 판본으로 만들어지면서 그들 자신의 반응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다른 반응들, 특히 유럽 남성들의 시선과 규범적인 사회의 반응이 더해지며 그 의미의 층은 한층 더 두터워졌고 데이비스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저자 데이비스가 이 책에서 증명해 보인 것은 미시사 기획이 아직 충분히 발현되지 않은 많은 가능성을 탑재하고 있으며 그래서 좀더 긴 호흡으로 탐색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독자들에게 『마르탱 귀르의 귀향』으로 잘 알려진 내털리 데이비스(Natalie Davis)가 역사서술에서 중심부와 주변부의 문제를 핵심 주제로 다룬 이번 책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주변부’가 문화의 저장고들 사이에 위치하는 경계지대로서 새로운 성장의 토대임을 밝히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실, 최근까지 서양사 분야에서 ‘미시사’ 서술은 아주 흥미로운 역사 담론을 이끌어오고 역사학 서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왔는데, 다만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전체 역사와의 관계에서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하는 데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데이비스의 경우, 그녀의 글쓰기가 역사학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돌려주고 기존 역사서술에서는 배제된 계층과 성에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아 준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이나 일화에 초점을 맞추어온 그녀의 분석이 과연 유럽이라는 중심을 벗어나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이라는 중심조차 벗어나고자 하는 최근 역사학의 전 지구적 기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이에 대해 데이비스는 지역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전 지구적 전망을 담은 역사를 쓰는 일은 보기와 달리 결코 서로 대립하는 기획이 아니며 오히려 ‘탈중심화’(decentering)라는 과제를 공유하고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지향하는 지역적이거나 미시적인 이야기는 일탈적 개인이나 일화를 일종의 입각점이자 입구로 삼아 다양한 요소가 교차하며 빚어내는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관계와 의미를 추적함으로써 제한적이나마 한 사회의 전체상을 가늠하는 ‘관계의 서술’이지 결코 하나의 큰 중심을 여러 개의 작은 중심들로 대체하는 파편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데이비스의 역사적 관점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는 역사서술의 모범을 보여준다. 그녀가 2010년 인문, 사회과학, 법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학자에게 노르웨이 정부가 수여하는 홀베르(Holberg)상을 수상하면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 책을 자신의 역사 연구에서 아주 중요한 지적 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이 그녀의 지적 작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17세기 주변부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주변부적인 것’의 역사성에 주목
데이비스는 위와 같은 역사서술을 구체적으로 ‘비교’의 관점과 ‘문화 교류’의 관점에서 시도한다. 유럽과 일본의 종교를 비교 연구해 이른바 ‘다중적 근대성’을 주장한 슈무엘 아이젠슈타트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근대화: 비교의 관점』에서 영감을 받아 쓴 이 책에서 그녀는 17세기 세 여성, 즉 독일계 유대인 상인 글리클 바스 유다 라이프, 프랑스 출신 가톨릭 선교사 마리 기야르, 그리고 독일과 네덜란드를 넘나들며 활동한 신교도 화가이자 곤충학자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삶을 비교한다.
유럽 내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았고 종교, 직업, 계급이 달랐고, 결혼생활의 방식과 자녀 양육에 대한 태도까지도 모두 달랐던 세 여성의 삶을 각각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데이비스는 17세기 유럽의 도시 여성의 삶에 열려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고자 한다. 특히 그녀는 세 여성의 비교에서 하나의 표준적인 삶을 준거로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세 여성의 삶의 구조나 전형의 예로 환원하지 않고 각자의 제한된 조건 안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연출하는 주체로서 제시한다.
그런데 이런 비교의 과정은 데이비스를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는데, 그것은 세 여성 모두 일종의 이주를 경험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주와 여행의 결과 세 여성의 삶에는 새로운 세계와 조우한 흔적들이 각인되었다. 특히 마리 기야르의 삶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과의 만남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삶에는 수리남 식민지의 카리브와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과의 만남이 각인되었고 그 흔적들이 그들이 남긴 자서전, 편지, 화첩과 곤충 연구서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데이비스는 그 속으로 파고들어 이 여성들이 낯선 세계와의 만남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추적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을 통해 이들과 대화하고 상호작용한 낯선 세계의 삶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그리스도교를 바라보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시선, 그것을 수용하는 그들의 전략, 모피와 총의 거래가 그들에게 의미하는 것, 자연을 설명하는 아프리카인의 방식, 수리남 식민사회에서 아프리카 출신과 카리브 출신 노예들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세계관 등이 그것이다. 이 자료들은 이후 여러 차례 출간을 거듭했고 타인에 의한 가필과 수정, 편집을 거쳐 여러 판본으로 만들어지면서 그들 자신의 반응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다른 반응들, 특히 유럽 남성들의 시선과 규범적인 사회의 반응이 더해지며 그 의미의 층은 한층 더 두터워졌고 데이비스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저자 데이비스가 이 책에서 증명해 보인 것은 미시사 기획이 아직 충분히 발현되지 않은 많은 가능성을 탑재하고 있으며 그래서 좀더 긴 호흡으로 탐색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목차
옮긴이의 말 7
프롤로그 17
글리클 바스 유다 라이프 : 신과의 논쟁 23
강생의 마리아 : 신세계 99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 변태 197
결론 283
주 299
감사의 말 451
도판 출처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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