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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외도서 | G101013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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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G1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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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외도서
책 소개
18세기 지식 시리즈를 기획하며
18세기 조선은 근대 이전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 표지다. 다른 시대에 비해 풍부하고 다양한 소재들이 제공되고 있고, 그에 관한 연구나 저술도 풍성하다. 그런 만큼 학계나 일반인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영정조 시대, 실학시대, 문예부흥기로 불리는 이 시대가 이런 위상을 지니는 이유가 없지 않다. 세계사적 변혁의 시대인 18세기에 조선은 전통과 반전통, 구시대적인 것과 신시대적인 것, 보수와 진보의 대립적인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하게 분출되었다. 18세기 조선은 변화의 물결이 도도하게 휘몰아쳤던 열망의 무대였고, 다양한 조류 속에 전통과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역동적 힘이 솟구친 무대였다.
그 시대의 역동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지만, 지식인의 사유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새로운 관점, 새로운 지식이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 폭넓게 저술로 구체화되었다. 그리하여 전통적 지식의 내용과 틀에서 벗어난, 낯설고 이국적인 지식이 전통적인 것과 함께 학문의 영역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조선에서 18세기는 세계를 보는 시각과 초점이 다양성을 드러낸 시대였다.
이 지식총서는 18세기 조선의 지적 신선함을 잘 보여주는 문헌을 현대인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기획이다. 18세기에도 일반에게 낯설었던 지식의 최전선에 있던 문헌들은 19세기 이후로부터 최근까지도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런 것들이 최근 학계에서 새로운 의의를 발산하며 발굴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18세기에 속하는 자료가 많고, 일부는 19세기 전반기에 나오기도 하였다. 지식총서에 선보이는 책들은 대체로 특수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단행본이고, 각각의 단행본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이른바 소품서(小品書)에 속하는 책들이 많다. 그러나 그 책들의 주제는 참신하고 시각은 예민하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발간물은 이옥의 《연경(烟經)》과 정운경의 《탐라문견록(耽羅聞見錄)》이다. 앞의 책은 담배와 관련된 지식을 체계화하였고, 뒤의 책은 동아시아 세상을 체험한 제주도의 표류민과 관련한 사실을 기록하였다. 두 저작은 당시 조선 사회의 생생한 일상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관계맺음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당시에는 지식의 첨단에 놓인 주제를 다루었고, 그 이후 이를 계승한 저술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저술이다. 저작 자체도 관심권에서 벗어났다가 최근에야 발굴되었다.
앞으로도 음식과 기술, 꽃과 차, 저택 설계와 건축, 기생과 문방구와 같은 특정한 주제를 다룬 저작들을 이 시리즈의 명단에 올리고자 한다. 현대인의 지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명하고도 특정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판단한다. 선정된 문헌은 최근에 새로이 발굴되거나 주목을 받은 저작들로써 대개 한 번도 번역된 적이 없는 책이다.
18세기 지식 시리즈를 통해 다른 시대를 초월한 우월한 시대로 18세기를 자리매김하려거나 이런 주제나 이런 저작을 18세기적 특징의 중심에 놓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를 보는 시각이 어디 하나에 고정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를 큰 차원에서 읽는 거시적 관점도 필요하고, 취미나 기예, 각종 일상생활을 미시적으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이 기획은 후자의 입장에 서서 전자를 보완함으로써 18세기를 더 넒은 시각으로 이해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그 전후한 시대의 지적 사유에도 관심이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연경(烟經)! 어떤 책인가?
담배와 흡연을 다룬 저작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 바로 《연경(烟經)》이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담배의 경전’이다. 18세기 조선 사대부 이옥(李鈺)이 쓴 단독 저술이다. 오랜 동안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책이 존재한 줄조차 몰랐다. 《연경》은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으로, 경북대 남권희(南權熙) 교수가 기증한 장서인 남재문고(南齋文庫)에 들어가 있다. 전체 분량은 25장이고, 판의 크기는 11.9㎠×21.7㎠이다. 판심(版心)에 ‘화석장본(花石庄本)’이란 원고명이 쓰인 사란공권(絲欄空卷)에 정사하였다. 이 원고지는 이옥이 사용하던 것이 분명함이 밝혀져 저자 수고본(手稿本)임을 알 수 있고, 글씨 역시 이옥 친필이다. 사침(四針)으로 제본하였고, 겉표지는 황지(黃紙)이다. 중국책 스타일로 아담하고 세련되게 만든 책자이다. 책은 서문과 4권으로 구성되었다.
18세기 조선의 흡연 문화사
한국에 담배가 전해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4백 년 전후한 조선시대 중엽 선조와 광해군 무렵이다. 포르투갈 상인이 담배를 일본에 전했고, 일본을 거쳐 조선에 전해졌으며, 조선은 이를 다시 여진과 중국 북방지역에 전해주었다. 한국은 동아시아 담배 유통의 중간적 역할을 했고, 담배 명산지 가운데 하나였다. 조선에 전래된 이후 짧은 기간 안에 담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워대는 기호품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뒤로부터, 담배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고, 산업과 생활풍속, 문화와 예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흡연의 보편화로 골초가 등장하여 담배에 대한 사랑을 시와 산문으로 표현한 문인들이 등장했고, 반면에 흡연의 폐해를 밝히고 금연을 주장한 자들도 적지 않았다. 담배가 가져오는 건강과 산업, 풍속과 인륜의 폐해가 일찍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흡연 찬반론이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4권으로 구성된 《연경》은 1권, 2권, 3권은 담배의 재배와 성질, 도구를 설명한 내용으로 짜여 있다. 조선 후기 담배 생산과 향유의 구체적 실상을 기록한 것이라서 보통의 문학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남아 있는 흡연 관련 자료가 대부분 문학작품이므로 이러한 내용은 주목하지 않았다. 따라서 결코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4권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흡연의 문화적 측면을 골고루 다뤄서 매우 문학적일 뿐만 아니라, 수사가 아름답다. 이옥이 작심하고 쓴 문예적인 글이다. 조선 후기 사람들의 담배를 피우는 갖가지 장면의 묘사를 통해 인정물태(人情物態)가 눈앞에 선연하게 나타난다. 빼어난 소품문(小品文)으로 높이 평가할 만한 매력을 발산한다. 《연경》이 문학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라는 평가는 바로 이 4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연경》은 이렇게 담배와 연관된 중요한 사실을 네 개의 분야로 나누어 빠짐없이 서술하려고 노력하였다. 조선시대의 담배 생산과 흡연 문화를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충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기록한 자료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조선 사대부 이옥은 왜 담배에 관한 책을 썼을까
이옥이 《연경》을 저술한 의도는 무엇일까? 저술의 앞부분에 실린 전체 서문과 각 권의 앞에 실린 소서(小序)에 편찬 의도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다. 옛사람은 음식과 같이 미미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상생활의 사물일지라도, 가치를 지닌 것이라면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담배는 조선에 들어온 지 2백 년이나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즐기는 기호품이므로 기록할 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닌 사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만한 기록물이 없었다. 이옥은 생활 주변의 사소한 사물을 다룬 저술이 많이 등장한 사실을 열거하여, 그러한 사물들도 저술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담배에 관한 저술이 없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더욱이 이옥은 애연가였다. 결국 애연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기호품인 담배에 관한 저술이 없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그는 밝혔다.
서문에서 그는 기록할 만한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라면 기록하자는 저술의 정신을 주창했다. 《연경》이 결코 한 때의 붓장난의 소산이 아니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종래 그래왔듯이 정치나 철학, 윤리나 문학의 주제만이 저술의 대상이 아니라, 사소하고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던 사물도 저술의 대상으로서 의미를 지닌다는 의식을 표명하였다. 전통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받던 저술과는 다른 차원에서 그는 담배를 저술의 주제로 과감하게 선택하였다. 이옥이 밝힌 이러한 생각은 18세기 말엽에서 19세기 초엽의 신예의 학자들에게 확산된 의식이었고, 《연경》은 우리 학술계 내부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지로서도 주목해야 할 저서이다.
담배, 그 애증의 기록
한문학자 안대회 선생은 《연경》과 함께 근대 이전 지식인들이 쓴 다양한 담배 관련 자료를 수집하였다. 담배와 흡연을 본격적으로 다룬 문헌의 대표가 《연경》이지만, 담배를 주제로 한 저작이 이것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자료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담배를 두고 애호하는 이유와 감흥을 표현한 옹호론자의 자료와 금연의 폐해를 고발하고 금연의 당위성을 입증하려 한 금연론자의 자료들을 모아 책의 한 부분을 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자료 가운데 가치가 있는 자료 열한 가지를 골라서 2부를 구성하였다.
이 기록으로 《연경》에 등장하는 내용을 비교하여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애연가들과 금연가들의 사유와 정서를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2부 〈담배, 그 애증의 기록〉에 담긴 글의 의미를 정리해보자. 먼저, 이옥이 담배를 제재로 쓴 산문작품 두 편을 실었다. 〈담배 연기(烟經)〉는 《연경》과 제목이 같은 산문으로 우연히 법당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제지를 당하고서 쓴 글이다. 그리고 〈담배의 일생(南靈傳)〉은 담배를 의인화하여 쓴 가전체(假傳體) 소설이다. 담배를 남령(南靈)이란 이름의 장군으로 각색하여 그의 선조와 성질, 활약 내용을 묘사하였다. 이 역시 흥미로운 산문이다. 담배를 주제로 한 가전체 작품으로 임상덕이 쓴 〈담파고의 일생(淡婆姑傳)〉도 함께 부록으로 실었다. 이옥은 담배를 장군으로 각색한 반면, 임상덕은 비구니 승려로 각색하였다. 애연가의 입장에 따라 심리적으로 담배를 색다르게 받아들이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흡연 옹호론의 입장을 대변한 글들이다. 대체로 시대가 앞선 글들이 애연가의 입장을 반영한 옹호론에 치우쳐 있다. 이빈국의 글과 정조(正祖)의 〈남령초(南靈草)를 주제로 질문에 답하라〉, 그리고 임수간의 〈연다부〉, 박사형의 〈남초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임수간의 글이 분량도 그렇고, 문학적 묘사와 내용면에서 압권이다. 이론적인 차원에서나 글이 지닌 강도에서 정조의 책문은 담배 옹호론을 대표하는 글이다. 그 책문이 지닌 의미는 그 글에 붙인 역자의 해설에서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이 글을 통해서 조선시대 애연가의 심리와 논리를 잘 엿볼 수 있다.
정조를 비롯한 애연가들이 담배의 효능과 멋을 주장했지만 그 반면에 금연론 또한 몹시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들의 주장은 담배가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파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먼저 거론할 것이 이덕리(李德履, 1728~?)의 〈기연다(記烟茶)〉다. 이옥의 저작에 비해 20년 정도 앞서는 글이고, 담겨 있는 내용도 적지 않다. 이옥이 담배 옹호론자의 입장에서 담배의 미덕을 예찬했다면, 이덕리는 금연론자의 입장에서 담배의 해독과 금연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자료다. 이덕리는 담배의 해로움을 진기 소모, 시력 저하, 의복 착색, 서책 오염, 화재 요인, 치아 상해, 체면 손상, 행동 불편, 예모(禮貌) 불경, 공경 소홀 등 열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금연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글에 이현목의 〈담바고 사연〉, 황인기의 〈남초 이야기〉, 윤기의 〈어른과 어린이의 윤리와 높은 자와 낮은 자의 질서가 담배로 인해 파괴된다〉가 있다. 이 글들은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조목조목 비판하여 금연이 실시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대체로 보아, 흡연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좋지 못한 영향, 담배 재배로 인해 경작지 축소와 식량 부족, 담배로 인한 화재 사고, 담배로 인한 주위 환경 불결, 흡연으로 인한 사회 질서와 풍기 문란 등 몇 가지 항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담배에 대한 ‘18세기 지식인’들의 기록
담배의 요모조모를 기록한 《연경》은 이렇게 당시 학술의 첨단을 보여주는 저술의 하나다. 《연경》이 학술사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은 18세기 실학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유득공도 《연경》을 지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예상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둘째 아들 정학유(丁學游)에게 양계를 권하는 편지 속에서 “네가 벌써 닭을 치고 있다니, 온갖 서적에서 닭을 다룬 기록을 초록하여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이나 유득공(柳得恭)의 《연경(烟經)》처럼 《계경(鷄經)》을 편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속된 일을 하면서도 맑은 운치를 지니려면 모름지기 이러한 사례를 기준으로 삼을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애연가였던 정약용은 유득공의 《연경》을 읽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 편지글에 따르면, 유득공도 《연경》을 저술하였다는 이야기인데, 현재 그의 이름으로 된 《연경》은 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득공은 이옥과 이종사촌 사이다. 유득공의 몰년은 1807년이므로 그가 《연경》을 지었다면 이옥보다 앞서서 지은 셈이다. 유득공이 정말 이 책을 지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옥이 지은 《연경》을 정약용이 유득공의 저작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유득공과 이옥이 동일한 주제의 책을 비슷한 시기에 지었다면 그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그것은 이 시대 학문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연경의 문학적.자료적 가치
이옥의 《연경》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거의 유일한 담배 관련 단독 저술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200년 전에 지어졌다. 이옥은 문학사에서 아주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문인이다. 기성의 문학세계에 반발하여 당대의 현실을 당대의 시선으로 묘사할 것을 주장한 변화 지향의 문인이었다. 당대의 현실로서 그는 정조 치하의 서울 시정사람을 주목했고, 그중에서 또 여성을, 여성의 사랑을 주목한 바 있는데, 그의 문학적 신념의 표징이다. 담배라는 일상적 기호품도 그런 당대적 현실의 생생한 기호이다. 담배를 저술로 삼은 것도 그런 문학적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연경》은 문체가 독특하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간명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묘사한 문체의 특징을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메모하듯이 단상(斷想)을 한 조항 한 조항 엮어서 하나의 저술을 이루고 있다. 담배라는 기호품을 전체로서 조망하려는 체계를 이루고 있다. 작은 책자지만 내용이 풍부한 것은 간결한 문체의 힘을 입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건조한 문체라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번역문에서도 대체로 발견이 되지만, 원문을 읽게 되면, 그가 매우 기괴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음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당대의 일반적인 문사들이 사용하는 문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 저술 안에서도 다양한 문장 구사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4권이 그렇다. 이 책이 담배와 얽힌 조선시대의 문화만을 전해주는 책의 구실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문학서임을 4권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담배와 흡연은, 현재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우리 문화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사물이다. 더욱이 조선후기에는 그렇다. 이옥의 《연경》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 조선시대 특유의 흡연문화는 우리들의 눈에 그다지 뜨이지 않았거나 미지의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연경》의 발견 이후에는 우리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더 가고, 그에 관한 지식이 풍부해지게 되었다. 이옥은 《연경》이라는 저술을 통해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창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의식 강한 옛 문인의 작은 시도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우리들은 잘 알 수 있다.
18세기 조선은 근대 이전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 표지다. 다른 시대에 비해 풍부하고 다양한 소재들이 제공되고 있고, 그에 관한 연구나 저술도 풍성하다. 그런 만큼 학계나 일반인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영정조 시대, 실학시대, 문예부흥기로 불리는 이 시대가 이런 위상을 지니는 이유가 없지 않다. 세계사적 변혁의 시대인 18세기에 조선은 전통과 반전통, 구시대적인 것과 신시대적인 것, 보수와 진보의 대립적인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하게 분출되었다. 18세기 조선은 변화의 물결이 도도하게 휘몰아쳤던 열망의 무대였고, 다양한 조류 속에 전통과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역동적 힘이 솟구친 무대였다.
그 시대의 역동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지만, 지식인의 사유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새로운 관점, 새로운 지식이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 폭넓게 저술로 구체화되었다. 그리하여 전통적 지식의 내용과 틀에서 벗어난, 낯설고 이국적인 지식이 전통적인 것과 함께 학문의 영역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조선에서 18세기는 세계를 보는 시각과 초점이 다양성을 드러낸 시대였다.
이 지식총서는 18세기 조선의 지적 신선함을 잘 보여주는 문헌을 현대인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기획이다. 18세기에도 일반에게 낯설었던 지식의 최전선에 있던 문헌들은 19세기 이후로부터 최근까지도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런 것들이 최근 학계에서 새로운 의의를 발산하며 발굴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18세기에 속하는 자료가 많고, 일부는 19세기 전반기에 나오기도 하였다. 지식총서에 선보이는 책들은 대체로 특수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단행본이고, 각각의 단행본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이른바 소품서(小品書)에 속하는 책들이 많다. 그러나 그 책들의 주제는 참신하고 시각은 예민하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발간물은 이옥의 《연경(烟經)》과 정운경의 《탐라문견록(耽羅聞見錄)》이다. 앞의 책은 담배와 관련된 지식을 체계화하였고, 뒤의 책은 동아시아 세상을 체험한 제주도의 표류민과 관련한 사실을 기록하였다. 두 저작은 당시 조선 사회의 생생한 일상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관계맺음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당시에는 지식의 첨단에 놓인 주제를 다루었고, 그 이후 이를 계승한 저술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저술이다. 저작 자체도 관심권에서 벗어났다가 최근에야 발굴되었다.
앞으로도 음식과 기술, 꽃과 차, 저택 설계와 건축, 기생과 문방구와 같은 특정한 주제를 다룬 저작들을 이 시리즈의 명단에 올리고자 한다. 현대인의 지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명하고도 특정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판단한다. 선정된 문헌은 최근에 새로이 발굴되거나 주목을 받은 저작들로써 대개 한 번도 번역된 적이 없는 책이다.
18세기 지식 시리즈를 통해 다른 시대를 초월한 우월한 시대로 18세기를 자리매김하려거나 이런 주제나 이런 저작을 18세기적 특징의 중심에 놓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를 보는 시각이 어디 하나에 고정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를 큰 차원에서 읽는 거시적 관점도 필요하고, 취미나 기예, 각종 일상생활을 미시적으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이 기획은 후자의 입장에 서서 전자를 보완함으로써 18세기를 더 넒은 시각으로 이해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그 전후한 시대의 지적 사유에도 관심이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연경(烟經)! 어떤 책인가?
담배와 흡연을 다룬 저작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 바로 《연경(烟經)》이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담배의 경전’이다. 18세기 조선 사대부 이옥(李鈺)이 쓴 단독 저술이다. 오랜 동안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책이 존재한 줄조차 몰랐다. 《연경》은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으로, 경북대 남권희(南權熙) 교수가 기증한 장서인 남재문고(南齋文庫)에 들어가 있다. 전체 분량은 25장이고, 판의 크기는 11.9㎠×21.7㎠이다. 판심(版心)에 ‘화석장본(花石庄本)’이란 원고명이 쓰인 사란공권(絲欄空卷)에 정사하였다. 이 원고지는 이옥이 사용하던 것이 분명함이 밝혀져 저자 수고본(手稿本)임을 알 수 있고, 글씨 역시 이옥 친필이다. 사침(四針)으로 제본하였고, 겉표지는 황지(黃紙)이다. 중국책 스타일로 아담하고 세련되게 만든 책자이다. 책은 서문과 4권으로 구성되었다.
18세기 조선의 흡연 문화사
한국에 담배가 전해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4백 년 전후한 조선시대 중엽 선조와 광해군 무렵이다. 포르투갈 상인이 담배를 일본에 전했고, 일본을 거쳐 조선에 전해졌으며, 조선은 이를 다시 여진과 중국 북방지역에 전해주었다. 한국은 동아시아 담배 유통의 중간적 역할을 했고, 담배 명산지 가운데 하나였다. 조선에 전래된 이후 짧은 기간 안에 담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워대는 기호품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뒤로부터, 담배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고, 산업과 생활풍속, 문화와 예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흡연의 보편화로 골초가 등장하여 담배에 대한 사랑을 시와 산문으로 표현한 문인들이 등장했고, 반면에 흡연의 폐해를 밝히고 금연을 주장한 자들도 적지 않았다. 담배가 가져오는 건강과 산업, 풍속과 인륜의 폐해가 일찍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흡연 찬반론이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4권으로 구성된 《연경》은 1권, 2권, 3권은 담배의 재배와 성질, 도구를 설명한 내용으로 짜여 있다. 조선 후기 담배 생산과 향유의 구체적 실상을 기록한 것이라서 보통의 문학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남아 있는 흡연 관련 자료가 대부분 문학작품이므로 이러한 내용은 주목하지 않았다. 따라서 결코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4권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흡연의 문화적 측면을 골고루 다뤄서 매우 문학적일 뿐만 아니라, 수사가 아름답다. 이옥이 작심하고 쓴 문예적인 글이다. 조선 후기 사람들의 담배를 피우는 갖가지 장면의 묘사를 통해 인정물태(人情物態)가 눈앞에 선연하게 나타난다. 빼어난 소품문(小品文)으로 높이 평가할 만한 매력을 발산한다. 《연경》이 문학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라는 평가는 바로 이 4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연경》은 이렇게 담배와 연관된 중요한 사실을 네 개의 분야로 나누어 빠짐없이 서술하려고 노력하였다. 조선시대의 담배 생산과 흡연 문화를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충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기록한 자료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조선 사대부 이옥은 왜 담배에 관한 책을 썼을까
이옥이 《연경》을 저술한 의도는 무엇일까? 저술의 앞부분에 실린 전체 서문과 각 권의 앞에 실린 소서(小序)에 편찬 의도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다. 옛사람은 음식과 같이 미미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상생활의 사물일지라도, 가치를 지닌 것이라면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담배는 조선에 들어온 지 2백 년이나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즐기는 기호품이므로 기록할 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닌 사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만한 기록물이 없었다. 이옥은 생활 주변의 사소한 사물을 다룬 저술이 많이 등장한 사실을 열거하여, 그러한 사물들도 저술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담배에 관한 저술이 없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더욱이 이옥은 애연가였다. 결국 애연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기호품인 담배에 관한 저술이 없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그는 밝혔다.
서문에서 그는 기록할 만한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라면 기록하자는 저술의 정신을 주창했다. 《연경》이 결코 한 때의 붓장난의 소산이 아니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종래 그래왔듯이 정치나 철학, 윤리나 문학의 주제만이 저술의 대상이 아니라, 사소하고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던 사물도 저술의 대상으로서 의미를 지닌다는 의식을 표명하였다. 전통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받던 저술과는 다른 차원에서 그는 담배를 저술의 주제로 과감하게 선택하였다. 이옥이 밝힌 이러한 생각은 18세기 말엽에서 19세기 초엽의 신예의 학자들에게 확산된 의식이었고, 《연경》은 우리 학술계 내부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지로서도 주목해야 할 저서이다.
담배, 그 애증의 기록
한문학자 안대회 선생은 《연경》과 함께 근대 이전 지식인들이 쓴 다양한 담배 관련 자료를 수집하였다. 담배와 흡연을 본격적으로 다룬 문헌의 대표가 《연경》이지만, 담배를 주제로 한 저작이 이것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자료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담배를 두고 애호하는 이유와 감흥을 표현한 옹호론자의 자료와 금연의 폐해를 고발하고 금연의 당위성을 입증하려 한 금연론자의 자료들을 모아 책의 한 부분을 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자료 가운데 가치가 있는 자료 열한 가지를 골라서 2부를 구성하였다.
이 기록으로 《연경》에 등장하는 내용을 비교하여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애연가들과 금연가들의 사유와 정서를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2부 〈담배, 그 애증의 기록〉에 담긴 글의 의미를 정리해보자. 먼저, 이옥이 담배를 제재로 쓴 산문작품 두 편을 실었다. 〈담배 연기(烟經)〉는 《연경》과 제목이 같은 산문으로 우연히 법당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제지를 당하고서 쓴 글이다. 그리고 〈담배의 일생(南靈傳)〉은 담배를 의인화하여 쓴 가전체(假傳體) 소설이다. 담배를 남령(南靈)이란 이름의 장군으로 각색하여 그의 선조와 성질, 활약 내용을 묘사하였다. 이 역시 흥미로운 산문이다. 담배를 주제로 한 가전체 작품으로 임상덕이 쓴 〈담파고의 일생(淡婆姑傳)〉도 함께 부록으로 실었다. 이옥은 담배를 장군으로 각색한 반면, 임상덕은 비구니 승려로 각색하였다. 애연가의 입장에 따라 심리적으로 담배를 색다르게 받아들이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흡연 옹호론의 입장을 대변한 글들이다. 대체로 시대가 앞선 글들이 애연가의 입장을 반영한 옹호론에 치우쳐 있다. 이빈국의 글과 정조(正祖)의 〈남령초(南靈草)를 주제로 질문에 답하라〉, 그리고 임수간의 〈연다부〉, 박사형의 〈남초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임수간의 글이 분량도 그렇고, 문학적 묘사와 내용면에서 압권이다. 이론적인 차원에서나 글이 지닌 강도에서 정조의 책문은 담배 옹호론을 대표하는 글이다. 그 책문이 지닌 의미는 그 글에 붙인 역자의 해설에서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이 글을 통해서 조선시대 애연가의 심리와 논리를 잘 엿볼 수 있다.
정조를 비롯한 애연가들이 담배의 효능과 멋을 주장했지만 그 반면에 금연론 또한 몹시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들의 주장은 담배가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파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먼저 거론할 것이 이덕리(李德履, 1728~?)의 〈기연다(記烟茶)〉다. 이옥의 저작에 비해 20년 정도 앞서는 글이고, 담겨 있는 내용도 적지 않다. 이옥이 담배 옹호론자의 입장에서 담배의 미덕을 예찬했다면, 이덕리는 금연론자의 입장에서 담배의 해독과 금연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자료다. 이덕리는 담배의 해로움을 진기 소모, 시력 저하, 의복 착색, 서책 오염, 화재 요인, 치아 상해, 체면 손상, 행동 불편, 예모(禮貌) 불경, 공경 소홀 등 열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금연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글에 이현목의 〈담바고 사연〉, 황인기의 〈남초 이야기〉, 윤기의 〈어른과 어린이의 윤리와 높은 자와 낮은 자의 질서가 담배로 인해 파괴된다〉가 있다. 이 글들은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조목조목 비판하여 금연이 실시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대체로 보아, 흡연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좋지 못한 영향, 담배 재배로 인해 경작지 축소와 식량 부족, 담배로 인한 화재 사고, 담배로 인한 주위 환경 불결, 흡연으로 인한 사회 질서와 풍기 문란 등 몇 가지 항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담배에 대한 ‘18세기 지식인’들의 기록
담배의 요모조모를 기록한 《연경》은 이렇게 당시 학술의 첨단을 보여주는 저술의 하나다. 《연경》이 학술사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은 18세기 실학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유득공도 《연경》을 지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예상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둘째 아들 정학유(丁學游)에게 양계를 권하는 편지 속에서 “네가 벌써 닭을 치고 있다니, 온갖 서적에서 닭을 다룬 기록을 초록하여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이나 유득공(柳得恭)의 《연경(烟經)》처럼 《계경(鷄經)》을 편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속된 일을 하면서도 맑은 운치를 지니려면 모름지기 이러한 사례를 기준으로 삼을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애연가였던 정약용은 유득공의 《연경》을 읽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 편지글에 따르면, 유득공도 《연경》을 저술하였다는 이야기인데, 현재 그의 이름으로 된 《연경》은 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득공은 이옥과 이종사촌 사이다. 유득공의 몰년은 1807년이므로 그가 《연경》을 지었다면 이옥보다 앞서서 지은 셈이다. 유득공이 정말 이 책을 지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옥이 지은 《연경》을 정약용이 유득공의 저작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유득공과 이옥이 동일한 주제의 책을 비슷한 시기에 지었다면 그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그것은 이 시대 학문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연경의 문학적.자료적 가치
이옥의 《연경》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거의 유일한 담배 관련 단독 저술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200년 전에 지어졌다. 이옥은 문학사에서 아주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문인이다. 기성의 문학세계에 반발하여 당대의 현실을 당대의 시선으로 묘사할 것을 주장한 변화 지향의 문인이었다. 당대의 현실로서 그는 정조 치하의 서울 시정사람을 주목했고, 그중에서 또 여성을, 여성의 사랑을 주목한 바 있는데, 그의 문학적 신념의 표징이다. 담배라는 일상적 기호품도 그런 당대적 현실의 생생한 기호이다. 담배를 저술로 삼은 것도 그런 문학적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연경》은 문체가 독특하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간명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묘사한 문체의 특징을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메모하듯이 단상(斷想)을 한 조항 한 조항 엮어서 하나의 저술을 이루고 있다. 담배라는 기호품을 전체로서 조망하려는 체계를 이루고 있다. 작은 책자지만 내용이 풍부한 것은 간결한 문체의 힘을 입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건조한 문체라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번역문에서도 대체로 발견이 되지만, 원문을 읽게 되면, 그가 매우 기괴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음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당대의 일반적인 문사들이 사용하는 문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 저술 안에서도 다양한 문장 구사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4권이 그렇다. 이 책이 담배와 얽힌 조선시대의 문화만을 전해주는 책의 구실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문학서임을 4권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담배와 흡연은, 현재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우리 문화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사물이다. 더욱이 조선후기에는 그렇다. 이옥의 《연경》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 조선시대 특유의 흡연문화는 우리들의 눈에 그다지 뜨이지 않았거나 미지의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연경》의 발견 이후에는 우리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더 가고, 그에 관한 지식이 풍부해지게 되었다. 이옥은 《연경》이라는 저술을 통해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창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의식 강한 옛 문인의 작은 시도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우리들은 잘 알 수 있다.
목차
서문
서설-18세기 조선의 흡연 문화사
제1부 연경(烟經), 담배의 모든 것
담배의 경전 서문 烟經序
담배의 경전, 첫째 권 烟經 一
서문
1. 씨 거두기
2. 파종하기
3. 구덩이 파고 심기
4. 모종하기
5. 뿌리를 북돋기
6. 뿌리에 거름 주기
7. 약 치기
8. 순 지르기
9. 꽃 피는 것 막기
10. 해충 제거하기
11. 화(火)를 조심하기
12. 잎 제거하기
13. 잎 따기
14. 잎 엮기
15. 잎 말리기
16. 잎 바람 맞히기
17. 토굴 속에 보관하기
담배의 경전, 둘째 권 烟經 二
서문
1. 담배의 유래
2. 담배를 뜻하는 글자
3. 담배의 신(神)
4. 담배의 효과
5. 담배의 성질
6. 담배 애호가
7. 산지별 품평
8. 담배의 감별
9. 담배 모조품 변별법
10. 담배 값의 비교
11. 담배 맛 보강
12. 담배에 물 뿜기
13. 담뱃잎 펴기
14. 담뱃잎 썰기
15. 담뱃잎 보관하기
16. 담뱃잎을 대통에 채우기
17. 담뱃불 붙이기
18. 담배 피우는 법
19. 연통연(烟洞烟)의 소개
담배의 경전, 셋째 권 烟經 三
서문
1. 담배를 써는 작두와 칼
2. 써는 데 따른 담배의 품질
3. 대통
4. 담배설대
5. 담배쌈지
6. 담뱃갑
7. 담배합
8. 화로
9. 부젓가락
10. 부시(火刀)
11. 부싯깃(火茸)
12. 연대(烟臺)
담배의 경전, 넷째 권 烟經 四
서문
1. 담배의 쓰임새
2. 담배를 피우기 적절한 때
3. 흡연을 금하는 때
4. 담배가 맛있을 때
5. 담배 피우는 것이 미울 때
6. 흡연으로 시간을 잰다
7. 담배 고질병
8. 담배 상품
9. 흡연의 멋
10. 유사 흡연
제2부 담배, 그 애증의 기록
1. 담배 연기(烟經) - 이옥
2. 남령의 한평생(南靈傳) - 이옥
3. 담파고의 일생(淡婆姑傳) - 임상덕
4. 금연론을 반박한다(南草答辨) - 이빈국
5. 남령초(南靈草)를 주제로 질문에 답하라 - 정조
6. 금연책을 제안한다(記烟茶) - 이덕리
7. 담바고 사연(淡巴菰說) - 이현목
8. 남초(南草) 이야기(南草說) - 황인기
9. 어른과 어린이의 윤리와, 높은 자와 낮은 자의 질서가 담배로 인해 파괴된다
(論長幼尊卑之壞於南草) - 윤기
10. 담배를 예찬하는 노래(煙茶賦) - 임수간
11. 남초가(南草歌) - 박사형
미주
부록
1. 연경 원문
2. 연경 영인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