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행본Changing planet, changing health how the climate crisis threatens our health and what we can do about it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 천식, 아토피, 실직, 파산··· 당신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보고서
- 발행사항
- 파주 : 푸른숲, 2012
- 형태사항
- 463 p. ; cm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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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 E205007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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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0.8도만 상승해도 유럽 인구 5만 명이 사망한다!
천식, 아토피, 실직, 파산… 당신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보고서
출간 의의
‘해수 온도 상승… 장염비브리오 식중독 주의’, ‘후진국형 전염병 백일해 집단발병’, ‘경남서 모기 매개 소 전염병 발생’, ‘벌써부터 열사병 환자 발생’, ‘이상기후로 동해서 식인상어 발견, 밤바다 공포’, ‘10년만의 가뭄… 전국 76%서 작물 말라죽을 판’, ‘벌써 몰려온 모기떼… 말라리아·뇌염 비상’, ‘푹푹 찌는 봄은 여름 물 폭탄 예고편’
이것들은 모두 최근 며칠 사이에 보도된 기사 헤드라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기후’ 하면 일기예보 정도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온난화, 이상기후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기후변화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주제가 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북극의 눈물〉〈남극의 눈물〉을 보며 눈물 흘려도, 냉난방비와 기름값이 무섭다며 혀를 내둘러도, 사람들은 결코 자가용과 에어컨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왜? “북극곰이 죽고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나랑 상관없는 문제니까!”
푸른숲에서 출간한《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Changing Planet, Changing Health》는 사람들의 이런 느긋한 생각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하버드 의대 교수가 평생을 바쳐 쓴 이 책은, 기후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방대한 연구와 사례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환경운동가도, 생태학자도 아닌 의사가 쓴 최초의 기후 책
우선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환경운동가도 생태학자도 아닌 의사가 기후변화의 폐해를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왜 기후 책을 썼을까?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이미 환경보호의 차원을 넘어섰으며, 자연이 아닌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저자인 폴 엡스타인은 세계 공중보건학계의 거인으로, 약 15년간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 건강 및 지구환경연구소의 부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젊은 시절 모잠비크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던 중,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질병 뒤에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길로 공중보건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저자는, 오랜 연구와 추적 끝에 환자들이 겪는 고통의 근원이 기후변화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저자는 전 세계를 돌며 개도국 주민들을 치료하고, 선진국 정치인들과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이를 막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주창한 공로를 인정받음)가 앨 고어와 더불어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도, 그가IPCC 일원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한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믿어온 사실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이 건강문제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진정한 의의는 인류가 그동안 정치,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들이 ‘사실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점을 수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로 조목조목 증명하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제적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대체로 이러하다. 첫째, 동식물이 고통받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위험해지지는 않는다는 점. 둘째, 설령 기후변화로 피해를 받더라도 어디까지나 그 대상은 가난한 개도국 주민들이라는 점. 셋째, 여러 선진국과 UN 같은 국제기구에서 열심히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 넷째, 기업들이 앞다투어 선보이는 친환경 제품들이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여러 첨단 과학기술이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것이라는 점.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생각이 크게 잘못되었으며, 이러한 오해 때문에 오늘날 기후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내용 소개 1_ 기후가 당신의 일상을 공격한다
모기와 해충, 박멸하면 된다?
_박멸이 불가능할 만큼 개체 수가 많아진다!
10여 년 전만 해도 여름철 불청객이었던 모기는 이제 연중 내내 볼 수 있는 흔한 벌레가 되었다. 대형마트에서는 언제나 모기약과 모기장을 구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불편하고 귀찮은’ 정도로 여기며 더 많은 살충제를 뿌리고 방역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저 ‘날이 더워지니 모기가 많아지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모기가 ‘좀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박멸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아지는 것은 시간문제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기온이 고작 1도 상승한다고 무슨 큰일이 생길까?’라고 여기지만, 기온이 0.5도만 더 높아져도 모기 군집이 두 배로 증가하며, 원래 모기가 거의 없는 고원지대에까지 말라리아가 확산될 수 있다(p.73). 국내에서는 도저히 발병할 수 없는 뎅기열 환자들이 최근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인간에게 1도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모기와 해충의 세계에서는 0.1도도 엄청난 변화다.
천식과 아토피, 유전과 음식 때문이다?
_기후변화로 돼지풀 꽃가루가 61% 이상 증가한다!
‘신인류의 난치병’이라 불리는 천식과 아토피. 대개 사람들은 서구식 식습관과 유전이 가장 큰 발병 요인이라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의 천식 발병률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1980년 이후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현재는 소아 중증 만성질환의 제1원인이다(p110~115). 주목할 점은, 천식과아토피가 오염된 환경과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걸리는 병이라면, 환경오염이 덜한 개도국에서선진국과 같은 속도로 천식 발병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책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꼽는다. 실험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돼지풀 성장 속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수준(370ppm)과 산업화 이전(280ppm) 수준을 비교해 천식 환자 증가량을 따져보면, 2050년(예측 농도 600ppm)에는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천식 환자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도시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준은 차량과 산업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연소 때문에 주변 농촌보다 월등히 높아서, 같은 돼지풀도 도시에서 자란 것이 농촌 지역에서 자란 것보다 세 배에서 다섯 배 더 크게 자랐고, 개체당 열 배 더 많은 꽃가루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p.111~112).
선진국은 환경오염에서 안전하다?
_선진국 사람들은 기본적인 내성조차 없다!
환경오염의 피해자라고 하면 흔히 ‘숲 속 친구들’을 떠올린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해도 아마존에 사는 원시부족이나 동남아 개도국 주민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은 우수한 과학기술과 청결한 환경, 넉넉한 자본으로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으며, 한국 역시 그 편에 속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전염병에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선진국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본적인 내성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감염으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p.60~61). 흔히 선진국은 의료기술이 좋고 병원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뉴저지 주의 사례로, 라임병에 걸린 미국인은 안면신경이 마비되어 무려 3주 동안 눈을 깜빡일 수조차 없게 되었다(p.98~103). 이론상으로는 국내에서 나타날 수 없는 뎅기열 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남아 주민들은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질병도 우리가 걸리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식량부족, 수입하거나 열대성 작물을 재배하면 된다?
_수확하기도 전에 곤충이 먹어치운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심해지면서 식량부족과 식량안보 문제를 다룬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식량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국민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국가는 식량부족 문제에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런 책의 출간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시급한,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더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바로 ‘국가간 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곤충들이 인간의 식량을 죄다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
곤충이 식물의 잎을 갉아먹을 때, 어떤 식물은 죽지만 죽지 않는 식물도 존재한다. 특수한 적응력을 가진 식물은 곤충의 공격에서 살아남아 번창하고, 곤충은 자신이 공격할 수 있는 식물을 먹으며 종을 번식시키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식물과 곤충의 생존 전쟁은 4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균형을 이루며 지속되어왔다(p.144~145).
하지만 실험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 콩은 재스몬산(콩이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경고성 화학물질)의 생산량이 줄어들어 곤충이 자유롭게 콩잎을 먹어치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고이산화탄소 조건에서 자란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발견”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기후가 더 많이 변할수록 식물과 곤충의 권력 균형이 곤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이는 곧 인간이 먹을 식량을 재배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p.147).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날씨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우라도 기후가 바뀌면 잡초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대부분 농경지에서 잡초 10종 가운데 8종은 농작물과 경쟁하며, 환경이 변할 경우 빠르게 적응하는 식물은 생장속도가 빠르고 이종교배를 하는 잡초지 인간이 먹는 농작물이 아니다. 바다 또한 마찬가지여서, 기후변화로 바다의 산도가 높아지면 굴, 대합, 홍합 같은 해양생물들이 껍질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진다. 콜라 때문에 치아의 에나멜이 녹을 수 있는 것처럼, 바다의 높은 산도 때문에 갑각류의 껍질이 녹아버리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깨닫고 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기후변화가 이렇게 많은 위험을 야기한다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인 것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주축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협약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믿고 안심하며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
내용 소개 2_ 기후, 식품, 연료, 경제는 모두 함께 움직인다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_선진국과 국제기구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없다!
‘기후변화’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약 25년 전이다. 지난 25년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조약이 체결되고 의정서가 채택되고 국제회의와 선언, 연설, 수만 건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여러 협약만 봐도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걸어도 될까?
UN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인 제프리 삭스는 서문을 통해 “이렇게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필요한 해법을 찾고자 하는 전 지구적 움직임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개도국은 하루빨리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화석연료 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p.236~237, 348). 석유, 석탄 재벌 기업의 후원을 받는 부시 정부는 연구 결과를 조작하면서까지 법을 개정해 이들 화석연료 기업들이 마음놓고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내뿜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준다(p.283). 전 세계의 빈부 격차를 줄이고 특히 빈곤국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IMF와 IBRD 같은 국제기구는 선진국들이 합법적으로 약탈할 수 있도록 오히려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다(p.348).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면서도 기후변화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다.
떠오르는 저탄소에너지 기술,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_아직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화석연료는 세계경제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개도국을 빈곤에서 탈출시킨 주역이 바로 화석연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기업과 일부 과학자들은 앞다투어 저탄소에너지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연료용 에탄올, 핵발전,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과 같은 많은 저탄소에너지는 언뜻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것처럼 보여, 기후변화에 대처하면서도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 저자가 밝혀낸 내용이다. 대표적 저탄소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의 경우, 석탄을 가스처럼 연소시키면 대기를 덜 오염시키면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에만 전체 에너지의 최고 40%가 들어가기 때문에 전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석탄을 연소시켜도 그 과정에서 수은, 비산재, 황산 등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혀 친환경적이지도 않다(p.307~310). 이름만 저탄소일 뿐,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탄소 양과 폐해를 고려하면 전혀 대안 기술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옥수수로 제조되는 에탄올이 연간 5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받으며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게 되자, 미국과 멕시코 농부들은 수백만 에이커의 농지에 식품이나 사료용 옥수수 대신 바이오연료용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동물이 먹을 옥수수가 부족해지면서 당연히 이들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고, 멕시코인들의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 또한 4배로 올라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다. 연료 자체로만 보면 옥수수로 생산한 에탄올이 기후변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p.370~371)
유기농 농작물이 지구를 살린다?
_기업은 오직 돈으로 움직인다!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면 건강도 지키고 환경보호도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정 부분은 사실이지만, 일정 부분은 거짓이다. 기업들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도국의 선한 농부들이 정직하게 키웠다고 광고하는 쌀이나 커피가, 결과적으로는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왜일까?
선진국의 거대 기업들은 자신들의 규모와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세계 각지의 원재료(쌀, 커피 등) 가격을 낮게 유지한다. 국가 간 공정한 무역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WTO가 이들에게 유리하도록 교역규정을 변경해준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다. 부유한 나라나 기업은 자국의 농산물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해 농산물 가격을 낮춤으로써, 개도국 주민들이 생산한 농작물도 같은 수준으로 낮추도록 압력을 넣는다.
개도국들은 보호관세를 가지고 선진국 수입품의 가격을 올려 자국 농민들을 보호하려 하지만, WTO는 교역규정을 들이대며 이를 제지한다. 부자 나라에겐 칼을 주면서 개도국은 방패를 들지 못하게 하니, 결국 개도국의 많은 가난한 농민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고, 자국 농민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이들 국가는 거대 기업의 요구대로 울창한 숲을 벌목하거나 광산을 개발하며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게 된다(p.348~349).
‘환경을 보호합시다’ 같은 캠페인성 메시지나 ‘북극곰이 불쌍해요’ 같은 감성적인 접근으로는 더 이상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환경 문제라고 성급히 결론 내리기에, 기후변화에는 너무나 많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규칙을 새로 쓰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내용 소개 3_ 규칙을 새로 쓰자
1950년대를 지향하자
저자는 우선, 사심이 전혀 없는 시장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P.380). 공공복지에 큰 관심이 없는, 힘 있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시장을 어느 정도는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규제하지 않을 경우,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은밀히 통제력을 행사하면서 장기적으로 지구와 지구에서 살아가는 다른 모든 생명체에 해악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저자는 ‘활기차게 돌아가던 20세기 중반’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금융 부문을 엄격하게 규제해 공기, 물, 숲과 같은 인류 공동의 자원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산업활동을 하던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토빈세가 답이다
1950년대를 지향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첫 번째는 ‘민간 기업이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하는 것’이다. 보조금이나 세면감면 같은 금융 인센티브를 통해 청정에너지 및 에너지 고효율 기술 생산자들이 탄소 배출 감축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융거래 방식에 적정한 세금을 매겨 국제기금 및 보조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예일대학교 경제학자인 제임스 토빈이 제안한 토빈세가 가장 훌륭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통화거래에 약간의 세금(달러당 2.5페니)을 매기면 매일 총 2조 달러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동시에 매년 세계의 환경사업에 필요한 5천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토빈세 제도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가 아닌, 부유한 금융 투자가들의 세금으로 조성하기 때문에 국가별 차별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다(p.382~386).
오늘날, 인간은 기후를 상대로 세계 최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난한 나라와 말 못하는 동식물들만 고통을 받았지만,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이 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이제 기후변화는 인간 생존의 문제다. 희귀 질병에서 식량부족, 빈곤, 파산, 가족 해체까지, 기후변화는 전방위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공격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아닌 미국 의학협회가 “기온이 0.5도만 상승해도 우리에겐 참혹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후변화가 더 이상 아마존 열대우림의 동식물과 개도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최대의 난제라는 점과, 이를 가장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천식, 아토피, 실직, 파산… 당신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보고서
출간 의의
‘해수 온도 상승… 장염비브리오 식중독 주의’, ‘후진국형 전염병 백일해 집단발병’, ‘경남서 모기 매개 소 전염병 발생’, ‘벌써부터 열사병 환자 발생’, ‘이상기후로 동해서 식인상어 발견, 밤바다 공포’, ‘10년만의 가뭄… 전국 76%서 작물 말라죽을 판’, ‘벌써 몰려온 모기떼… 말라리아·뇌염 비상’, ‘푹푹 찌는 봄은 여름 물 폭탄 예고편’
이것들은 모두 최근 며칠 사이에 보도된 기사 헤드라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기후’ 하면 일기예보 정도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온난화, 이상기후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기후변화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주제가 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북극의 눈물〉〈남극의 눈물〉을 보며 눈물 흘려도, 냉난방비와 기름값이 무섭다며 혀를 내둘러도, 사람들은 결코 자가용과 에어컨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왜? “북극곰이 죽고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나랑 상관없는 문제니까!”
푸른숲에서 출간한《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Changing Planet, Changing Health》는 사람들의 이런 느긋한 생각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하버드 의대 교수가 평생을 바쳐 쓴 이 책은, 기후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방대한 연구와 사례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환경운동가도, 생태학자도 아닌 의사가 쓴 최초의 기후 책
우선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환경운동가도 생태학자도 아닌 의사가 기후변화의 폐해를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왜 기후 책을 썼을까?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이미 환경보호의 차원을 넘어섰으며, 자연이 아닌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저자인 폴 엡스타인은 세계 공중보건학계의 거인으로, 약 15년간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 건강 및 지구환경연구소의 부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젊은 시절 모잠비크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던 중,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질병 뒤에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길로 공중보건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저자는, 오랜 연구와 추적 끝에 환자들이 겪는 고통의 근원이 기후변화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저자는 전 세계를 돌며 개도국 주민들을 치료하고, 선진국 정치인들과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이를 막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주창한 공로를 인정받음)가 앨 고어와 더불어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도, 그가IPCC 일원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한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믿어온 사실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이 건강문제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진정한 의의는 인류가 그동안 정치,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들이 ‘사실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점을 수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로 조목조목 증명하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제적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대체로 이러하다. 첫째, 동식물이 고통받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위험해지지는 않는다는 점. 둘째, 설령 기후변화로 피해를 받더라도 어디까지나 그 대상은 가난한 개도국 주민들이라는 점. 셋째, 여러 선진국과 UN 같은 국제기구에서 열심히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 넷째, 기업들이 앞다투어 선보이는 친환경 제품들이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여러 첨단 과학기술이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것이라는 점.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생각이 크게 잘못되었으며, 이러한 오해 때문에 오늘날 기후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내용 소개 1_ 기후가 당신의 일상을 공격한다
모기와 해충, 박멸하면 된다?
_박멸이 불가능할 만큼 개체 수가 많아진다!
10여 년 전만 해도 여름철 불청객이었던 모기는 이제 연중 내내 볼 수 있는 흔한 벌레가 되었다. 대형마트에서는 언제나 모기약과 모기장을 구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불편하고 귀찮은’ 정도로 여기며 더 많은 살충제를 뿌리고 방역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저 ‘날이 더워지니 모기가 많아지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모기가 ‘좀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박멸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아지는 것은 시간문제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기온이 고작 1도 상승한다고 무슨 큰일이 생길까?’라고 여기지만, 기온이 0.5도만 더 높아져도 모기 군집이 두 배로 증가하며, 원래 모기가 거의 없는 고원지대에까지 말라리아가 확산될 수 있다(p.73). 국내에서는 도저히 발병할 수 없는 뎅기열 환자들이 최근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인간에게 1도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모기와 해충의 세계에서는 0.1도도 엄청난 변화다.
천식과 아토피, 유전과 음식 때문이다?
_기후변화로 돼지풀 꽃가루가 61% 이상 증가한다!
‘신인류의 난치병’이라 불리는 천식과 아토피. 대개 사람들은 서구식 식습관과 유전이 가장 큰 발병 요인이라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의 천식 발병률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1980년 이후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현재는 소아 중증 만성질환의 제1원인이다(p110~115). 주목할 점은, 천식과아토피가 오염된 환경과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걸리는 병이라면, 환경오염이 덜한 개도국에서선진국과 같은 속도로 천식 발병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책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꼽는다. 실험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돼지풀 성장 속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수준(370ppm)과 산업화 이전(280ppm) 수준을 비교해 천식 환자 증가량을 따져보면, 2050년(예측 농도 600ppm)에는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천식 환자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도시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준은 차량과 산업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연소 때문에 주변 농촌보다 월등히 높아서, 같은 돼지풀도 도시에서 자란 것이 농촌 지역에서 자란 것보다 세 배에서 다섯 배 더 크게 자랐고, 개체당 열 배 더 많은 꽃가루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p.111~112).
선진국은 환경오염에서 안전하다?
_선진국 사람들은 기본적인 내성조차 없다!
환경오염의 피해자라고 하면 흔히 ‘숲 속 친구들’을 떠올린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해도 아마존에 사는 원시부족이나 동남아 개도국 주민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은 우수한 과학기술과 청결한 환경, 넉넉한 자본으로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으며, 한국 역시 그 편에 속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전염병에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선진국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본적인 내성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감염으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p.60~61). 흔히 선진국은 의료기술이 좋고 병원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뉴저지 주의 사례로, 라임병에 걸린 미국인은 안면신경이 마비되어 무려 3주 동안 눈을 깜빡일 수조차 없게 되었다(p.98~103). 이론상으로는 국내에서 나타날 수 없는 뎅기열 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남아 주민들은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질병도 우리가 걸리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식량부족, 수입하거나 열대성 작물을 재배하면 된다?
_수확하기도 전에 곤충이 먹어치운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심해지면서 식량부족과 식량안보 문제를 다룬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식량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국민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국가는 식량부족 문제에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런 책의 출간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시급한,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더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바로 ‘국가간 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곤충들이 인간의 식량을 죄다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
곤충이 식물의 잎을 갉아먹을 때, 어떤 식물은 죽지만 죽지 않는 식물도 존재한다. 특수한 적응력을 가진 식물은 곤충의 공격에서 살아남아 번창하고, 곤충은 자신이 공격할 수 있는 식물을 먹으며 종을 번식시키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식물과 곤충의 생존 전쟁은 4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균형을 이루며 지속되어왔다(p.144~145).
하지만 실험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 콩은 재스몬산(콩이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경고성 화학물질)의 생산량이 줄어들어 곤충이 자유롭게 콩잎을 먹어치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고이산화탄소 조건에서 자란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발견”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기후가 더 많이 변할수록 식물과 곤충의 권력 균형이 곤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이는 곧 인간이 먹을 식량을 재배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p.147).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날씨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우라도 기후가 바뀌면 잡초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대부분 농경지에서 잡초 10종 가운데 8종은 농작물과 경쟁하며, 환경이 변할 경우 빠르게 적응하는 식물은 생장속도가 빠르고 이종교배를 하는 잡초지 인간이 먹는 농작물이 아니다. 바다 또한 마찬가지여서, 기후변화로 바다의 산도가 높아지면 굴, 대합, 홍합 같은 해양생물들이 껍질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진다. 콜라 때문에 치아의 에나멜이 녹을 수 있는 것처럼, 바다의 높은 산도 때문에 갑각류의 껍질이 녹아버리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깨닫고 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기후변화가 이렇게 많은 위험을 야기한다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인 것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주축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협약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믿고 안심하며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
내용 소개 2_ 기후, 식품, 연료, 경제는 모두 함께 움직인다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_선진국과 국제기구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없다!
‘기후변화’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약 25년 전이다. 지난 25년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조약이 체결되고 의정서가 채택되고 국제회의와 선언, 연설, 수만 건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여러 협약만 봐도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걸어도 될까?
UN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인 제프리 삭스는 서문을 통해 “이렇게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필요한 해법을 찾고자 하는 전 지구적 움직임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개도국은 하루빨리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화석연료 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p.236~237, 348). 석유, 석탄 재벌 기업의 후원을 받는 부시 정부는 연구 결과를 조작하면서까지 법을 개정해 이들 화석연료 기업들이 마음놓고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내뿜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준다(p.283). 전 세계의 빈부 격차를 줄이고 특히 빈곤국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IMF와 IBRD 같은 국제기구는 선진국들이 합법적으로 약탈할 수 있도록 오히려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다(p.348).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면서도 기후변화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다.
떠오르는 저탄소에너지 기술,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_아직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화석연료는 세계경제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개도국을 빈곤에서 탈출시킨 주역이 바로 화석연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기업과 일부 과학자들은 앞다투어 저탄소에너지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연료용 에탄올, 핵발전,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과 같은 많은 저탄소에너지는 언뜻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것처럼 보여, 기후변화에 대처하면서도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 저자가 밝혀낸 내용이다. 대표적 저탄소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의 경우, 석탄을 가스처럼 연소시키면 대기를 덜 오염시키면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에만 전체 에너지의 최고 40%가 들어가기 때문에 전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석탄을 연소시켜도 그 과정에서 수은, 비산재, 황산 등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혀 친환경적이지도 않다(p.307~310). 이름만 저탄소일 뿐,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탄소 양과 폐해를 고려하면 전혀 대안 기술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옥수수로 제조되는 에탄올이 연간 5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받으며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게 되자, 미국과 멕시코 농부들은 수백만 에이커의 농지에 식품이나 사료용 옥수수 대신 바이오연료용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동물이 먹을 옥수수가 부족해지면서 당연히 이들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고, 멕시코인들의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 또한 4배로 올라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다. 연료 자체로만 보면 옥수수로 생산한 에탄올이 기후변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p.370~371)
유기농 농작물이 지구를 살린다?
_기업은 오직 돈으로 움직인다!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면 건강도 지키고 환경보호도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정 부분은 사실이지만, 일정 부분은 거짓이다. 기업들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도국의 선한 농부들이 정직하게 키웠다고 광고하는 쌀이나 커피가, 결과적으로는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왜일까?
선진국의 거대 기업들은 자신들의 규모와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세계 각지의 원재료(쌀, 커피 등) 가격을 낮게 유지한다. 국가 간 공정한 무역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WTO가 이들에게 유리하도록 교역규정을 변경해준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다. 부유한 나라나 기업은 자국의 농산물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해 농산물 가격을 낮춤으로써, 개도국 주민들이 생산한 농작물도 같은 수준으로 낮추도록 압력을 넣는다.
개도국들은 보호관세를 가지고 선진국 수입품의 가격을 올려 자국 농민들을 보호하려 하지만, WTO는 교역규정을 들이대며 이를 제지한다. 부자 나라에겐 칼을 주면서 개도국은 방패를 들지 못하게 하니, 결국 개도국의 많은 가난한 농민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고, 자국 농민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이들 국가는 거대 기업의 요구대로 울창한 숲을 벌목하거나 광산을 개발하며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게 된다(p.348~349).
‘환경을 보호합시다’ 같은 캠페인성 메시지나 ‘북극곰이 불쌍해요’ 같은 감성적인 접근으로는 더 이상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환경 문제라고 성급히 결론 내리기에, 기후변화에는 너무나 많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규칙을 새로 쓰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내용 소개 3_ 규칙을 새로 쓰자
1950년대를 지향하자
저자는 우선, 사심이 전혀 없는 시장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P.380). 공공복지에 큰 관심이 없는, 힘 있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시장을 어느 정도는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규제하지 않을 경우,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은밀히 통제력을 행사하면서 장기적으로 지구와 지구에서 살아가는 다른 모든 생명체에 해악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저자는 ‘활기차게 돌아가던 20세기 중반’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금융 부문을 엄격하게 규제해 공기, 물, 숲과 같은 인류 공동의 자원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산업활동을 하던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토빈세가 답이다
1950년대를 지향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첫 번째는 ‘민간 기업이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하는 것’이다. 보조금이나 세면감면 같은 금융 인센티브를 통해 청정에너지 및 에너지 고효율 기술 생산자들이 탄소 배출 감축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융거래 방식에 적정한 세금을 매겨 국제기금 및 보조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예일대학교 경제학자인 제임스 토빈이 제안한 토빈세가 가장 훌륭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통화거래에 약간의 세금(달러당 2.5페니)을 매기면 매일 총 2조 달러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동시에 매년 세계의 환경사업에 필요한 5천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토빈세 제도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가 아닌, 부유한 금융 투자가들의 세금으로 조성하기 때문에 국가별 차별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다(p.382~386).
오늘날, 인간은 기후를 상대로 세계 최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난한 나라와 말 못하는 동식물들만 고통을 받았지만,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이 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이제 기후변화는 인간 생존의 문제다. 희귀 질병에서 식량부족, 빈곤, 파산, 가족 해체까지, 기후변화는 전방위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공격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아닌 미국 의학협회가 “기온이 0.5도만 상승해도 우리에겐 참혹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후변화가 더 이상 아마존 열대우림의 동식물과 개도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최대의 난제라는 점과, 이를 가장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들어가며
1장 의사, 기후에 눈 뜨다
2장 말라리아모기, 지구를 뒤덮다
3장 인간이 북극곰보다 위험하다
4장 우리에게는‘의심’이 최선의 수단이다
5장 먹을 것이 없다
6장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내뿜다
7장 로키산맥, 캐스케이드산맥, 로지폴소나무숲, 센트럴 밸리…
8장 하늘에서 내려오는 전염병
9장 무엇을 상상하든 지구는 그 이상이다
10장 두 마리 토끼는 가능하다
11장 그들은 어떻게 해냈을까?
12장 부자들이 어떻게 세계를 망쳤나
13장 규칙을 새로 쓰자
에필로그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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