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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외도서 | G100063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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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저녁노을의 시기 19세기 말 영국, 변화를 갈구하다
1892년 태어난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19세기 말 영국 사회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신념과 낙관주의가 가득했던 위대한 저 빅토리아 시대의, 한낮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저녁노을’의 시기”라고.
육대주에 식민지를 건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영제국은 19세기 말 쇠락의 징후를 드러낸다.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위세는 신흥공업국 독일과 미국에 밀려 사그라진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밀려든 값싼 농산물은 농촌 사회의 몰락을 가져온다. 전반적인 경제 불황은 노동자들을 고용 불안으로 내몬다. 전 인구의 25퍼센트 이상이 빈곤에 허덕인다. 부가 넘쳐흐르던 번영의 제국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양극화가 진행된다. 기독교에 대한 믿음도 줄어든다. 반면 진화론을 위시한 새로운 과학이 각광을 받는다. 변화에 대한 갈구는 ‘신여성’으로, 호전적인 노조 운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빅토리아 시대 후기 영국은 이렇게 해가 지는 저녁노을의 모습이었다.
빅토리아 시대 후기 영국이 고민한 아홉 가지 담론
오랫동안 19세기 영국의 사회사와 노동사를 탐구, 《다시 돌아본 자본의 시대》(1999), 《역사가가 그린 근대의 풍경》(2003) 등의 저작을 펴냈던 저자 이영석은 《영국, 제국의 초상―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내면을 읽는 아홉 가지 담론들》에서 제국 말기 영국 사회의 다양한 내면 풍경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사회 구조나 계급관계 같은 거시적 측면보다는 민주주의, 경제 불황, 빈곤, 인종, 여성 문제, 교육, 신앙, 과학 지식 등 미시적인 주제들을 당대 문필가들의 논설을 중심으로 탐색한다.
저자가 다시 구성해 되살린 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풍경 속에는 민주주의가 정말 역사적인 추세인지, 영국 사회에 맞는 정체인지를 묻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있다. 세계의 5분의 1을 지배하던 영국이 무슨 이유로 대불황을 겪고 있는지,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인지를 찾는 문필가들의 모습도 있다. 런던 동부의 슬럼 지역 이스트 엔드 빈민층들의 처절한 생활상과 고통을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헌신적으로 봉사 활동을 편 박애주의자들의 모습도 있다. ‘가정의 천사’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신여성’들의 모습도 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장 바람직한 교육 제도가 무엇인지를 찾는 교육가들의 모습도 있다. 과학을 인류의 삶을 위한 지식체계로 보고 물리학, 천문학, 지리학 등 여러 가지 과학 분야 탐구에 몰두한 과학자들의 모습도 있다. 저자가 바라본 19세기 말 영국의 미시적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국 말기 영국이 말해주는 것들
전통과 혁신, 지속과 변화의 야릇한 공존
저자는 영국의 근대화가 전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조건이 충분히 성숙한 가운데서 전개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통의 지배가 여전히 강력한 사회에서 자본주의 및 그와 관련된 여러 경제적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비유하면 영국의 근대는 조산에 따른 미숙아의 이미지와 같다. 이 경우 전통은 오히려 근대화의 토양이 되었으며 적대적 관계가 아닌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변모했다. 전통과 혁신, 지속과 변화의 야릇한 공존은 영국 근대사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에게 빅토리아 시대 후기는 특별하다. 19세기 말이야말로 영국 근대사의 이러한 특징이 커다란 파열음을 내며 무너져 내린 시기였기 때문이다. 농업 불황기 전통적 지배세력의 급속한 몰락은 그 붕괴 과정의 물살 표면에 떠오른 포말이었다. 전통의 급속한 변화 또는 조락은 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두드러진 현상이었고, 궁극적으로 전통에 기반을 두고 발전해온 영제국의 동요를 가져왔던 것이다.
낯선 풍경에서 실마리 찾기
“네가 보기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 “그 변화는 얼마나 중요하게 보이지?” 1863년 인도 문관으로 부임, 인도에서만 35년을 살다가 영국으로 귀국한 찰스 로에게 친구들은 이렇게 물었다. 찰스 로의 눈에 비친 고국 영국의 모습은 낯섦, 그 자체였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일부 계층에만 부가 집중되어 소득 격차가 심해진 모습, 중등교육이 민주화되어 다양한 계층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이 교육비 투자에 걸맞은 효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모습, 소득 정도가 사회적 위력을 발휘하게 됨으로써 더 이상 기존의 위계질서가 작동하지 못하는 모습 등등.
찰스 로의 혼란은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과 일정 부분 유사하다. ‘보릿고개’가 사전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낱말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에게 굶주림은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신분의 제약 때문에 눈물을 삼키는 어린이들의 모습 또한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소득 격차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상위 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는 한정되어 있고, 그 경로에의 진입은 상위 계층의 자제들에게 한없이 유리하다. 제국 말기의 영국과 21세기 초 한국은 이렇게 닮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찰스 로의 낯섦을 덜어낼 수 있을까. 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풍경이 지금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다.
19세기 말 영국, 무엇을 보고 듣고 말했는가
평론지를 통해 들여다본 빅토리아 시대 후기 영국
19세기는 평론지의 전성기였다.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는 대중들의 열망과 여러 분야에서 지적 탐구를 계속해온 학자들의 노력이 평론지들을 통해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가 19세기 말 영국의 ‘사회적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평론지를 분석 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는 당시 널리 알려진 평론지 가운데,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는 《19세기》와 《웨스트민스터 리뷰》(자유주의 계열), 《에든버러 리뷰》와 《당대평론》(중도 계열), 《국민평론》과 《계간평론》(보수주의 계열) 등 6종의 평론지를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아 19세기 말 영국의 사회적 풍경화를 그린다.
저자는 이들 평론지에 실린 글 중 특히 다음 주제와 관련된 논설들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한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1884년 선거권 확대를 전후해 영국의 헌정과 민주주의 전통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당대의 불황을 다룬 실태 보고서나 불황 극복책으로서 복본위제複本位制(bimetallic standard) 채택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눈에 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런던 동부 슬럼 지역(이스트 엔드) 빈민층의 생활과 고통을 다룬 논설들도 다수 실렸다. 유대인 혐오증을 다룬 논설들 또한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밖에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1880년대에는 특이하게 교육, 그 중에서도 시험 제도의 부작용을 다룬 논설들과 이에 대한 반론이 자주 게재되었다. 딸들의 태도와 당시 남성 우위의 문화에 과감하게 도전한, 이른바 ‘억센 여성’을 비판하는 논설들도 적지 않았다. 저명한 과학 지식인들이 태양계 우주, 다윈주의 등에 관한 대중적인 논설을 쓰기도 했다. 동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에 관한 논설들 또한 드물게 지면을 장식했다. 저자는 이처럼 당대 평론지에서 주목을 받거나 논란이 된 주제들에 시선을 돌린다. 그것이 바로 당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주목했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와 개인
1부 <사회와 개인>은 당시 사회의 전반적인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개인적인 삶을 조명하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민주주의에 관한 성찰>은 1880년대 민주주의에 관한 담론을 다룬다. 이 시기에 영국 정치는 이전에 비해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대중 동원이 등장했고, 선거권이 확대되었으며, 정당이 분열되는 혼란이 있었다. 당대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해 성찰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신뢰하는 논설들 못지않게 그 폐해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2장 <경제 불황과 여론>에서는 경제 불황에 관한 논설들을 통해 당대 사람들이 경제 현실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그 실태는 어떠했는지를 분석한다. 1880년대에 경제 논설을 쓴 문필가들은 경제 상황을 진단하거나 저물가와 불황의 원인을 찾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등 경제 현실에 구체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경제 전망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불황의 원인에 관해서도 금 품귀설에서부터 독일과의 경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을 언급한다.
3장 <이스트 엔드, 가깝고도 먼 곳>에서는 런던 빈민가의 대명사 이스트 엔드에 관한 논설들을 주로 살핀다. 이 시기의 지식인들은 이스트 엔드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설을 썼고, 이를 통해 공공 여론을 조성하고자 했다. 이들의 논설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논설 자체가 이스트 엔드의 빈곤과 타락을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4장 <유대인 문제>에서는 1880년대 이후 새롭게 런던에 정착한 동유럽 유대인들이 어떻게 삶을 꾸려나갔는지를 조명한다. 이들은 주로 의류, 제화, 가구 분야의 소규모 작업장에서 일하는 빈민층에 가까웠다. 다만 그들 대부분이 러시아 및 러시아령 폴란드에서 수공업에 종사했거나 지방 상업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스트 엔드의 의류 및 가구 분야에 성공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5장 <딸들의 반란?>은 여성에 관한 논설을 살핀다. 특히 여성성을 부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들, ‘억센 여성’과 ‘딸들의 반란’을 둘러싼 논쟁을 중점적으로 탐색한다.
지식과 시선
2부 <지식과 시선>은 지식과 사회 또는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6장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에서는 시험 제도를 둘러싸고 전개된 논쟁을 통해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경쟁시험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추적한다.
7장 <과학과 과학 지식인>은 망명 시절 런던에서 문필 활동을 벌였던 크로포트킨의 과학 평론을 살펴보고, 이를 중심으로 당시 과학 지식의 유포와 수용 문제를 다룬다.
8장 <신앙의 위기>는 이 시기 종교와 신앙 문제에 관한 글이다. 19세기 말 평론지에 실린 논쟁적인 종교 논설들을 통해 당시 달라진 종교 풍속도와 사회 분위기를 탐색한다.
9장 <동아시아를 보는 눈>에서는 19세기 말 영국 지식인들의 눈에 조선과 일본이 어떻게 비쳤는가를 검토한다. 영국 문필가들은 때때로 조선 민중의 순박성과 친절함 그리고 그들의 순수한 습속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문명인이 잃어버린 원시성에 대한 동경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달랐다. 일본은 부분적으로 예외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특히 일본 스스로 근대화를 주도하고 사회 진보를 이룩한 점에 관한 한, 영국 지식인들은 예외성을 인정한다.
목차
책머리에_사회적 풍경으로서의 역사
서장 사회 연대기
잡지의 시대|정치 캘린더|경제와 사회
1부 사회와 개인
1장 민주주의에 관한 성찰
왜 민주주의인가?|영국 헌정의 진단|민주주의, 역사적 추세?|보수적 담론|대중정치 시대를 향하여
2장 경제 불황과 여론
1880년대의 경제 논설|경제 현실의 진단과 낙관론|불황의 원인에 관한 담론|대안과 정책|‘언어적 현실’과 ‘경제적 현실’
3장 이스트 엔드, 가깝고도 먼 곳
이스트 엔드의 이미지|지리적 공간과 인구 증가|논설 속의 이스트 엔드|빈곤과 이데올로기|지식인과 이스트 엔드의 거리
4장 유대인 문제
유대인, 영국사의 이방인|유대인 이민과 이스트 엔드|19세기 말 유대인 사회의 변화와 갈등|유대인 혐오증, 편견의 구조화|삶의 경험과 그 유산
5장 딸들의 반란?
언어와 사회|‘억센 여성’의 출현|딸들은 왜 반란을 일으키는가|사회적 요인들|새로운 여성성
2부 지식과 시선
6장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
《19세기》의 시험 특집|연줄에서 경쟁으로: 시험 제도의 도입|시험을 둘러싼 논의|‘영국성’을 다시 생각한다
7장 과학과 과학 지식인
과학 지식인의 등장|과학, 종교, 독자|크로포트킨과 《19세기》|과학과 교양의 거리 좁히기|과학 지식과 세계관|통합에서 전문화로
8장 신앙의 위기
탈기독교화의 기원|인구조사 자료와 종교|과학과 종교|공교육과 종교|대학인의 신앙|지속인가 격변인가
9장 동아시아를 보는 눈
근대와 타자 인식|1884-5년 의회문서 검토|조선의 실태와 변화|일본의 근대화|유럽중심적 시각의 층위
에필로그_한 세기의 끝에서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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