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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도서

도스토예프스키 판타스마고리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환영의 도시를 거닐다

저자
이덕형
발행사항
서울 : 웅진씽크빅 : 산책자, 2009
형태사항
423 p. : 천연색삽화, 지도 ; 22 cm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연구외도서G100137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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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G100137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연구외도서
책 소개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의 섬망 속에 아른거리는 모더니티의 도시
그 환각의 공간을 거니는 도스토예프스키 삶과 문학의 복화술!


상트페테르부르크 모더니티의 판타스마고리아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스며들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판타스마고리아는 다시 우리를 비추고 있으니, 도스토예프스키는 ‘우리 모두가 고골에서 나왔다고’ 말했지만 이제 우리는 모두가 도스토예프스키에게서 나왔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404쪽)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판타스마고리아의 도시에서 스무 번 이상을 이사 다녔다. 그는 평생 한 번도 이곳에 자기 집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마치 환영이나 그림자처럼 그는 ‘집’의 실체를 모르는 부초였고 소설을 쓰다가 어슴새벽의 여명에 겨우 잠드는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모더니티의 한 현상(現象)이었다. 그가 무엇인가에 홀린 듯 백야(白夜)의 빛과 함께 걸어 다녔을 그 거리와 골목과 모퉁이를 같이 따라 걷다 보면 도스토예프스키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원래부터 하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
상트페테르부르크-판타스마고리아-도스토예프스키, 그래서 크로노스의 시간적 편차를 뛰어 넘는 이 셋은 위격으로는 차이를 가지지만 본성은 하나인 삼위일체의 속성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이 세 겹의 울림은 다시 세 겹의 지층을 만든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산책하고 거주하던 공간, 그리고 그의 주인공들이 거주하던 작품 속의 공간, 마지막으로 이 둘을 중첩시키면서 벤야민의 파리처럼 우리가 산책하며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며 사유할 수 있는 현실적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간이 그것이다. - 본문 중에서 (22~23쪽)


# 환영의 도시를 거니는 산책자 도스토예프스키 - 그 자취를 되짚는 문학의 순례 여행

박태원과 경성을, 카프카와 프라하를, 보들레르와 파리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처럼, 도스토예프스키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관계 역시 그저 한 인물과 그 인물의 거주지라고만 바라볼 수 없는 독특하고 끈끈한 결합 속에 있다. 모든 예술가의 작품에는 그 예술가가 살았던 공간의 흔적이 녹아드는 법이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혼종적이고 모순적인 도시는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작가에게 각별히 깊게 스며들어 그의 작품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집필을 하는 동안 계속 방안을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었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바로크 도시의 수많은 대로, 공원, 광장, 골목을 거닐었고 샛강과 섬 사이 수많은 다리들을 건너며 이 도시를 돌아다녔다. 거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평생 동안 한 번도 자기 집을 갖지 못했고, 모두 스물 두 번 이사를 다녔을 정도로 계속 헤매고 떠돌며 고뇌하는 삶을 살았다.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인물의 초상, 그리고 그 삶의 자취가 어떻게 그의 문학 속에 녹아들어갔는지를 더 깊이 알고 짙게 느끼기 위해 그가 평생 주 활동 무대로 삼았던 도시, 그러나 그가 한 번도 자기 집을 갖지 못하고 부초처럼 떠돌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속속들이 누빈 농밀한 순례의 기록을 지금 선보인다. 한 도스토예프스키 연구가의 진솔한 비평 에세이이자 여행기로 보는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독특한 텍스트 위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문학과 예술과 철학이 은은히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흐름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모더니티를 목격한 문예비평사를 훑어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대표되는 동방 세계가 맞부딪친 모더니티의 거울 위에 도스토예프스키가 보여주는 근대문학의 풍경들이 비춰지는 환등기 혹은 만화경을 들여다보자.

# ‘스핑크스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그 환각과 매혹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건설될 때 제일 먼저 구획되는 이 대로들은 바로크 도시의 이념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대로들은 곧게 뻗어나가는 직선의 수평적 확산 운동을 무한으로 연장시키고, 중간 중간의 접점과 같은 광장을 마련하여 그 가운데에 기념비를 세움으로써 시선의 준거를 마련했다. (…) 그러므로 대로를 걷는 것은 무한한 권력과 그들의 이데올로기 속을 걷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지평선 너머의 그 무한은 우리가 다가가면 다가 갈수록 언제나 그 만큼을 뒤로 물러서는 환영의 기제이다. -「기하학이 등장했다」중에서

‘성스러운 베드로의 도시’라는 이름을 가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스핑크스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그저 네바 강변에 1832년 이집트 테베에서 들여온 스핑크스 상 한 쌍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1703년 표트르 대제가 설립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지리적 이중성, 로마 가톨릭도 콘스탄티노플 정교도 아닌 이념적 이중성을 지닌 모순과 혼종의 도시이기에 이런 별명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표트르 대제가 꿈꾼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럽의 바로크 도시를 모델로 삼은 절대 왕권의 상징이자 제국을 휘황하게 비춰줄 ‘연극 무대’로서의 도시였다. 파리·런던·암스테르담과 같은 유럽의 격자형 도시를 모방해 만들어진 이 도시는 표트르 대제의 욕망과 서구 유럽의 바로크 이데올로기는 잘 들어맞고 있었지만, 모스크바의 정교적인 전통과는 상극이었다. 표트르 대제는 그럴수록 모든 문화적 토양을 뿌리부터 서구적으로 개편하려고 했다.

# 도시와 욕망의 환등상, 판타스마고리아

그러한 시도 속에 정교적 러시아의 영혼이 유럽의 모더니티와 착종된 이 도시는 그 자신의 혼란인 동시에 매력이라 할 수 있는 모순과 역설, 이율배반, 양가성, 혼성모방적인 문화를 구성해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섬망과 환각과 환영을 도시 문화 전반에 걸쳐 신화, 전설, 민담, 소설 등의 형식을 통해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런 환상에 기초하는 문화소를 ‘판타스마고리아(phatasmagoria)’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말은 ‘환영’이라는 뜻의 ‘판타스마’에서 유래하며, 원래 의미는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명된 환등기의 투사 이미지, 즉 환(등)상을 지칭한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모더니티가 가장 잘 구현된 장소를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로 간주하는 발터 벤야민은 19세기 모더니티의 수도를 파리로 보았고, 이 모더니티의 수도를 구성하는 핵심 거점을 ‘파사주’라는 아케이드로 파악했다. 이곳은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우선시 되는 최신 유행 상품을 파는 장소였고, 이 상품은 진정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유행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일 반복과 욕망의 산물이었다. 이런 현상을 벤야민은 ??파사젠베르크??에서 이것을 판타스마고리아라고 불렀다. 즉 판타스마고리아는 마르크스가 물신(物神)이라고 불렀던 상품의 기만적 외양인 환상적 이미지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벤야민은 이 판타스마고리아를 아케이드의 상품만이 가진 속성이 아니라 자본주의 메트로폴리스와 도시 계획 전체도 이런 판타스마고리아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거대 도시는 그래서 집합 무의식의 환상이며 꿈꾸는 집합체이다. 벤야민이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의 판타스마고리아에서 상품과 유행과 아케이드의 물신성 속에서 판타스마고리아를 목격했다면, 우리는 이 같은 판타스마고리아의 환영·환각·황홀경의 또 다른 환유를 파리의 ‘의사 변이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표트르 대제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완벽하게 계획된 인공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서구적 유럽의 모더니티와 아시아적 러시아의 영혼이 대치하는 동시에 맞물리며 혼종되고 있는 이 도시는 기이한 수수께끼를 내어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스핑크스만큼이나 위험하고도 매혹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 빛의 도시에서 떠오르는 작가와 작품의 복화술

골랴드킨을 분열로 이끈 안개 낀 11월의 폰탄카와 영하 20도의 겨울 네바를 건너서 ‘병약한 소녀를 연상’시키는 페테르부르크의 봄을 지나면 이곳의 세상은 어느덧 불면증에 사로잡힌다. (…) 세상은 빛으로 흘러넘치고 사람들은 그 빛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 빛의 과잉 속에서 사람들은 이따금 길을 잃고 몽상이나 환각의 서정에 생각을 내맡긴다. 그 빛은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와 같은 공간적 정위(正位)를 모두 망각하게 만든다. 안개와 같은 백야 속의 몽유병자, 이것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산책자가 꿈꾸는 또 다른 판타스마고리아이다.
-「백야의 환영과 새로운 의인 체험」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지닌 모순과 환영의 판타스마고리아를 누구보다도 먼저 민감하게 느꼈다. 그가 이 도시에서 셋방을 전전하며 평생 한 번도 이곳에 자기 집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마치 환영이나 그림자처럼 ‘집’의 실체를 모르는 부초이며 그 자신이 도시의 판타스마고리아였기에 그랬을지 모른다. 안개와 백야 속의 몽상을 더듬고, 무더위와 악취 속에서 추악한 현실을 직시하다가, 궁극에는 이 지구 밖 또 다른 행성으로 탈출을 꿈꾸는 황홀경을 맛본 도스토예프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더니티 속에서 체험한 판타스마고리아의 환각을 이 도시에서 모욕당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영혼에 비추어보았다. 웅장한 대로와 장엄한 광장, 화려한 다리 너머에 있는 가난한 하급 관리와 대학생, 몽상가와 지하생활자, 부랑아, 거리의 여자, 전당포 노파……. 바로크 연극 무대의 각광 뒤편에 있는 이 어두운 암초들의 눈에 비치던 환(등)상의 윤곽과 형태를 도스토예프스키는 받아 적었다. 그 과정을 통해 이 도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이 도시 자체가 되었던 것이다.
판타스마고리아의 환각으로 얼룩진 이 도시는 빛조차도 모순적이다. 이 도시에는 빛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연상되는, 환한 자태로 세상을 비추는 빛이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잦아들어야 할 때 오히려 흘러넘치는 미친 빛, 백야(白夜)도 함께 존재한다. 어둠보다 더한 환각과 몽상으로 사람을 휘두르는 이 미친 빛은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작품을 비추고 있는 가장 큰 무대 조명일지 모른다. 그 빛 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끊임없이 걸어다녔을 그 거리와 골목과 모퉁이, 교차하는 수많은 대로들과 부연 안개를 빚어내는 섬망의 운하와 샛강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들을 세세하게 더듬어 가 보자. 소년 시절 공부하고 성장한 공병학교, <죄와 벌>을 집필하던 구석방, 사회주의 공동체를 꿈꾸던 콜롬나, 사상범으로 투옥된 페트로파블로스키 요새와 총살당할 뻔한 세묘노프 연병장, 두번째 신부와 결혼하던 이즈마일로프스키 사원, 자주 거닐던 유스포프 정원과 보즈네센스키 대로……. 이런 공간들은 그의 작품 속에 그대로 살아나, 라스콜리니코프가 내려간 13계단이 되고 소냐의 구석방이 되었으며, 골랴드킨이 분신을 만나는 다리가 되었다. 발터 벤야민과 같은 산책자의 시선으로 더듬다보면 도스토예프스키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진실로 하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목차

머리말 : 도스토예프스키-판타스마고리아-상트페테르부르크

1장_공병학교 구석방의 햄릿
형, 우리 푸쉬킨을 찾아가자
기하학이 등장했다
표트르 대제의 청동 기마상
공병학교 구석방의 햄릿
물의 사막, 기이한 돌의 연대기

2장_새로운 고골이 나타나다
블라지미르 대로 11번지, 프랴니치니코프의 집
발자크, 청년 도스토예프스키의 별
새로운 고골이 나타나다
가난한 사람들의 심리학
네프스키의 판타스마고리아

3장_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복화술
쿠즈네치니 골목 5번지, 쿠친의 집
골랴드킨의 섬망
폰탄카의 검은 물과 안개
분신과 시뮬라크르
이제 페테르부르크는 나에게 지옥이야

4장_네바의 마법과 백야의 환영
네바 강과 콜롬나
백야의 환영과 새로운 의인 체험
모퉁이 집의 몽상가 - 실러의 집
콜롬나의 페트라세프스키
페트로파블로프스키 요새감옥에서 세묘노프 연병장으로

5장_바로크 도시의 검은 아리엘
이즈마일로프스키 거리 5번지, 팔리빈의 집
바로크 도시의 검은 아리엘
여름인상에 대한 겨울의 기록
이것이 사랑일까? 수슬로바와의 해외여행
사랑의 철학으로 사랑을 훈계하리라
지하생활자, 자기 안에서 길을 잃다

6장_730걸음과 13계단
네바 강의 스핑크스, 여름 정원의 야누스
그리보예도프 운하의 검은 물, 그해 여름
무더위와 시궁창의 악취 - 고차원의 리얼리티
센나야 광장의 카라바조
730걸음과 13계단

7장_상트페테르부르크, 혁명을 준비하다
이즈마일로프스키 사원의 울트라 마린 블루
고로호바야 거리의 로고진
유로비지, 뮈시킨 공작 - 러시아의 돈키호테
상트페테르부르크, 네차예프를 만나다
불멸, 표도르의 아들 표도르

8장_황금시대의 황홀경 - 판타스마고리아의 우주
스타라야 루사, 미래의 스코토프리고니예프스크
벌거벗은 생명과 그들의 집
키릴로프의 신은 어디로 떠난 것일까?
어린아이의 눈물-타브리체스키 공원의 피오네르조각상
황금시대의 황홀경 - 홀림, 들림, 울림

맺음말 : 우리는 언제나 첫사랑으로 돌아간다

저자 소개
저자 이덕형
프랑스 미셸 드 몽테뉴 보르도 3대학 슬라브어문과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작품의 시학적 변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러시아어문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 『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이콘과 아방가르드』 『다쥐보그의 손자들: 동슬라브-러시아 신화』 『도스토옙스키 판타스마고리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검은 사각형』 등을 썼고,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 민중문화』 『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로부터의 수기 외』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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