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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외도서 | G100263 | 대출가능 | - |
- 등록번호
- G10026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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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연구외도서
책 소개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의 일반 국민들은 언뜻 떠올리지 못하겠지만, 해양 관계자들은 이 숫자가 조선 세계1위, 해운 세계5위, 수산 세계12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해양 관계자들에게 이 숫자들은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이 말 그대로 해양국가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상징이다. 그에 반해 배를 만드는 일이나, 배로 물건을 나르는 일,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멀고 먼 딴 세상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학술 면에서도 최근에 해양과 바다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개는 외국의 전문서적 번역서이거나, 국내의 비전문가들이 이러저러한 책들을 짜깁기한 것인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배와 해양 관련 책들은 우리나라 일반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인기있는 소재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출간된 <배와 항해의 역사>는 단일 주제의 서적은 아니지만, 배와 항해와 관련된 여러 주제들을 깊이 천착했다는 점에서 해양 관련 서적 중에서도 독특한 책이다. 우선 이 책은 배의 크기를 세계 각 지역에서 어떻게 나타냈는지를 추적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배에 실을 수 있는 벼의 양인 섬(石)으로 나타낸 반면, 중국은 료(料)라는 특수한 용어를 사용하였고, 유럽은 지역에 따라 cantar(이탈리아), last(네덜란드), ton(영불) 등을 사용하였다.
이렇듯 세계 각지에서 자기 나름대로 사용해 왔던 배 척도가 톤으로 단일화된 과정도 흥미롭다. 이렇게 된 데에는 주로 영국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들은 배의 크기를 이미 알고 있는 배의 치수, 즉 길이, 깊이, 너비를 활용하여 계산해 내는 방법을 연구해 왔고, 드디어 1800년 무어섬(Moorsom)이란 사람이 순톤수와 총톤수 등의 개념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무어섬 방식의 톤수 계산법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총톤수나 순톤수와는 다소 다르지만, 그 개념 자체는 동일하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아주 의미가 있는 계산법이다.
이와 같은 주제들이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면, 중국의 3대 발명품 중의 하나인 나침반에 관한 소주제 논문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 따르면, 나침반은 중국에서 발명되어 아랍인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된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얘기가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점을, 나침반이 항해에 이용되게 된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입증하고자 하였다. 훔볼트는 <코스모스(Cosmos)>란 책에서 “나침반이 인도양과 페르시아, 아라비아 해안 전역에 걸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난 이후에 동양에서부터 유럽으로 유입되었으며, 십자군전쟁 때 아랍인들과 접촉했던 십자군들이 나침반을 유럽으로 유입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저자의 추적에 따르면, 중국인이 항해에 나침반을 사용한 것은 문헌상 11세기 말이고, 유럽은 12세기 초, 아랍은 이보다 늦은 13세기 말이다. 따라서 저자는 나침반은 유럽과 중국에서 각각 비슷한 경로를 따라 발전되어 비슷한 시기에 항해용으로 이용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끌만하다.
이 책이 여기에서 끝났다면 단순한 과학기술사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서양선에 대한 조선인의 인식과 대응’에서 심성사를 추적한다. 저자는 한?중?일이 각각 식민지, 반식민지, 근대화로 귀결되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서양선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충격에 각각 달리 대응한 결과라고 파악한다. 대륙국가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문명인 중국과 반도국가이면서도 소중화를 자처한 조선은 동도서기론적 입장에서 근대화를 추진한 반면, 해양국가인 일본은 문명개화론적 입장에서 탈아론을 통해 서구화를 추진하였다. 결론적으로 서구 문명을 서구적인 사고방식으로 도입한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한 반면, 서구 문명을 동양적 사고방식으로 도입하려 한 중국과 조선은 근대화에 실패하였다. 저자의 주장대로 조선은 이미 내재적으로 근대화에 실패할 운명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한국 전통선박에서 이른바 격벽이 없다는 기존 학설이 잘못되었음을 발굴선박을 통해 밝혀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전통선박인 한선은 ‘가룡목’만으로 횡강력을 보강했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중국 산둥반도의 펑라이(蓬萊)에서 발굴된 고려 고선은 분명 저판과 외판 결합 형식은 한선임에도 불구하고, 가룡목이 아닌 격벽으로 횡강력을 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내에서 발굴된 물품과 외판결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한선으로 밝혀진 이 선박은 우리나라 선박사상 최초로 격벽을 갖춘 선박인 것으로 나타나 그 역사적 의의가 자못 크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동안 언더우드 박사나 故 김재근 교수 등이 한선에는 격벽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은 이들이 자료와 발굴선의 한계로 인해 연안선만을 대상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배와 항해의 역사’라는 서명처럼 배와 항해의 역사를 단일 주제로 다룬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배와 항해와 관련된 소주제들을 다른 연구논문을 묶은 것이어서 전문가들을 주로 대상으로 한 학술서의 느낌이 있지만, 오히려 일반 독자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골라 읽기에 더 편리할 수도 있다. 사실 배와 항해라면 낯선 주제일 수 있지만, 항해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저자의 경력을 확인하는 순간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처세술이나 경영서, 소설에 싫증이 난 독자라면 배와 항해에 관련하여 우리와 타자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이 책도 읽어볼 만하다.
목차
책을 내며 5
도론_항해사란 무엇인가? 13
Ⅰ. 역사의 대상으로서의 항해 14
Ⅱ. 항해사의 개념 17
제1부 배 27
1장 배의 크기 단위에 대한 역사지리학적 변천 29
Ⅰ. 서양에서의 배의 크기 단위 31
Ⅱ. 동양에서의 배의 크기 단위 36
Ⅲ. ton의 어원과 변천 41
2장 선박 톤수 측정법의 역사적 변천 53
Ⅰ. 무어슴 방식 도입 이전의 선박톤수 54
Ⅱ. 영국 범선의 톤수 측정법의 변천 61
3장 한국선박사 연구 동향과 전망 77
Ⅰ. 외국인에 의한 연구의 태동 79
Ⅱ. 한국인에 의한 정통론의 정립 81
Ⅲ. 펑라이 고려 고선의 발굴과 연구 지평의 확대 86
4장 장보고 시대의 배와 항해 93
Ⅰ. 장보고의 배 94
Ⅱ. 장보고 시대의 항해 102
5장 펑라이(蓬萊) 고려 고선의 한국선박사상의 의의 115
Ⅰ. 펑라이 고려 고선의 발굴 개요와 특징 117
Ⅱ. 펑라이 고려 고선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와 평가 122
6장 한선에 대한 선인(先人)과 현대인의 평가 133
Ⅰ. 한선에 대한 선인들의 평가 134
Ⅱ. 한선에 대한 현대 연구자들의 평가 143
7장 서양선에 대한 조선인의 인식과 대응 153
Ⅰ. 1860년 북경함락 이전까지의 서양선에 대한 인식과 대응 157
Ⅱ. 북경함락에서 개항까지의 이양선에 대한 인식과 대응 168
Ⅲ. 개항 이후의 이양선에 대한 인식과 대응 183
제2부 항해 213
8장 항해 나침반의 사용 시점에 대한 동서양 비교 215
Ⅰ. 동양에서 지남기의 변천 과정 218
Ⅱ. 서양에서 Magnetic Compass의 발전 과정 229
9장 18세기 영국 상선 선원의 배승 구조와 근로 조건 249
Ⅰ. 상선 선원의 배승 구조와 직제 251
Ⅱ. 상선 선원의 근로 조건 258
Ⅲ. 선원 문제에 대한 선주들의 대응 267
10장 17~19세기 유럽 상선 선장의 지위 변화 281
Ⅰ. 법전과 안내서에 나타난 선장의 지위 283
Ⅱ. 사례에 나타난 선장의 지위 292
11장 <최부 표해록 역주>에 대한 항해학적 검토 305
12장 표해록에 나타난 조선시대 선원 조직과 항해술 317
Ⅰ. 최부의 <표해록>에 나타난 선원 조직 318
Ⅱ. 최부의 <표해록>에 나타난 항해술 322
Ⅲ. 최부와 장한철의 배의 표류 결과 비교 325
Appendix 333
1. A Concept of the History of Navigation 335
2. Literature Review and Outlook on the History of the Korean Ship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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