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행본Darwin economy liberty, competition, and the common good
경쟁의 종말: 승자독식사회 그 후, 미래의 경제 질서를 말하다
소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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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승자독식사회》 저자가 밝히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가져올 가치 있는 대안
1995년 《승자독식사회(Winner-Take-All-Society, 필립 쿡 공저)》(국내 초역 1997년, 재출간 2008년)로 승리한 1등이 모든 부를 독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메커니즘을 밝힌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교수가 승자독식사회 이후의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신작 《경쟁의 종말》에서 그는 좌파와 우파의 논리가 갖는 맹점을 동시에 들추어내면서, 잘 작동하는 경쟁시장 시스템이 사회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주장에 일침을 가한다.
이 책에서 로버트 프랭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경제 질서란 경쟁이 아닌 ‘분배’다. 효율적 분배를 통해서만이 경제적 파이를 키우고, 부채를 줄이고, 더 나은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 더 이상 경제 문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겨둘 수 없는지, 효율적 분배는 어떻게 가능한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다. 특히 문제 해결의 통찰을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서 빌려왔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 스미스 VS 다윈, 경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지난 수년 간, 경제성장률은 매우 낮았고 소득의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상위 계층의 호주머니는 계속 불어난 반면, 물가 인상을 감안한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그리고 중산층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 로버트 프랭크는 오늘날의 경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다윈의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지금껏 시장 경제를 지배해온 논리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다. 애덤 스미스의 추종자들은 이 원리를 ‘시장은 항상 개인의 이기심을 이용해서 사회 전체를 위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한다’로 해석한다. 그리고 어떤 규제도 없는 완전경쟁이 그것을 보장해준다고 이야기한다. 이 원리는 자유 시장의 힘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의 근원이 되어 왔다.
찰스 다윈은 자유주의자들의 문제 해결 방식인 경쟁 과정 자체에 내재된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은 때로 개체와 집단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종종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가 작동할 때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하지만 때로는 개별 동물의 이해관계가 종족 전체의 이해관계와 크게 상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 역시 인식했다.
대표적으로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의 뿔은 외부 포식자에 맞서는 무기가 아니라 번식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다. 이런 싸움에서는 뿔의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다. 돌연변이를 통해 큰 뿔을 가지게 된 수컷들은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런 돌연변이는 빨리 퍼져간다. 이런 돌연변이는 개별 말코손바닥사슴의 번식 적합성은 높이지만 종족 전체에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다. 뿔이 커지면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기동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개별 사슴에게는 큰 뿔이 이득이고, 집단에게는 작은 뿔이 유리하다.
수컷들의 뿔 경쟁에서는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사슴이 뿔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개별 사슴들도 손해 보지 않고, 집단에게도 유리하다. 하지만 아무런 규제도 없는 무한경쟁 세계에서 어떤 사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국 다윈의 이런 통찰은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담긴 근본적인 문제점을 깨닫게 한다.
§ ‘괴물을 굶겨라’전략은 무엇이 틀렸나
2005년, 미국 의회는 총 3억 2000만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알래스카 케치칸과 그라비나 섬의 공항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케치칸의 인구는 약 9000명, 그라비나 섬 인구는 50명에 불과했다. 섬 주민이나 공항을 찾는 관광객은 한 시간에 3~4회 운항하는 페리호를 이용하면 충분할 터였다. 이 프로젝트는 곧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수포로 돌아갔고, 정부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작은 정부를 외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사례를 들며 ‘괴물을 굶겨라’ 전략을 주장한다. 즉, 정부가 낭비의 근원이기 때문에 최대한 적은 돈만 정부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정부가 돈을 빌려 지출을 늘리면 소비자들은 늘어난 정부 부채를 미래에 부담할 세금의 증가로 인식하고 현재의 지출을 줄이려고 한다. 이런 지출 감소는 정부의 지출 증가분을 고스란히 상쇄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반대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면 자연히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로버트 프랭크는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하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기생충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에게 음식을 먹지 말라고 요구하는 의사와 같다고 말한다. 물론 정부에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있고 이를 항상 감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때문에 정부가 할 일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 불황의 시기에 낡은 도로나 다리 등 인프라를 보수하고 공공 프로젝트로 일자리를 창출할 동기를 가지는 것은 오직 정부뿐이며, 정부만이 가장 낮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즉, 비용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피터 쉬라그의 《잃어버린 낙원》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정부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에 빠진 캘리포니아 주의 사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때 유명했던 고속도로 시스템은 전국에서 가장 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공 도서관들은 단축 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일부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 가장 넉넉하게 지급되던 생활 보조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때 등록금을 받지 않았던 세계적인 명문 주립대학교들이 다른 주의 대학교들과 마찬가지로 기부금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등록금은 다른 주와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비싸기도 하다.
§ 무엇이 중산층을 위기로 몰아넣었나
또한 로버트 프랭크는 경제 위기를 불러올 정도의 심각한 낭비는 공공 부문이 아닌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요한 목표를 위한 지출이 때로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의 지출액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믿음은 한 사람의 소비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소비와는 무관하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의 소비가 결정적인 인센티브가 되어 엄청난 낭비를 초래한다. 특별한 기념일, 주택 구입, 결혼식 등에 쓰이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소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위 계층에서 이러한 소비를 주도했고, 이러한 소비 패턴이 소득 증가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중산층으로, 또 더 소득이 수준이 낮은 계층으로 확산되었다. 이것이 로버트 프랭크가 주장하는 ‘지출 연쇄작용(expenditure cascade)’이다. 그는 이러한 지출 연쇄작용이 경제 위기를 불러온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런 낭비는 모든 상품을 구입할 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위재(실용성보다는 그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혹은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회적 지위가 더 중요한 상품)를 구매할 때 일어난다. 이런 상대적 소비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자 하는 지위 경쟁의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런 소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로버트 프랭크는 이런 민간 부문의 낭비가 공공 부문의 낭비보다 훨씬 줄이기 쉽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 경쟁 아닌 분배만이 몰락한 중산층을 살릴 수 있다
지위 경쟁으로 인한 낭비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로버트 프랭크가 가장 우선 제시하는 방법은 누진소비세의 도입이다. 저축을 제외한 소비 금액이 커질수록 세율을 높게 매기는 것이다. ‘소득’이 아닌 ‘소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득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소득 상위 계층의 저축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누진소비세가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로버트 프랭크의 주장이다. 과도한 소비에 세금을 매기면 자연스럽게 낭비적인 소비가 줄어들 것이고, 상위 계층의 소비를 준거 기준으로 삼는 중산층 가정과 저소득층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 전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소득을 직접 이전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사회에서 송출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싶어하는 부자 한 명과 가난한 사람 2명이 있다고 치자. 부자는 프로그램 변경에 1000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고, 가난한 사람은 프로그램 유지에 각각 100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 표준적인 비용편익분석은 프로그램 변경에 순편익 800달러가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가난한 사람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다. 이때 부자에게 500달러의 세금을 내는 조건으로 프로그램 변경을 허용하고, 부자가 낸 세금만큼 가난한 사람에게 각 250달러씩 세금을 덜 내도록 보상해주면 부자에게는 500달러의 편익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각 150달러의 편익이 생긴다. 이러한 소득 이전은 더 적은 비용으로 모두가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하나의 분배 방법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금을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의 이름을 따 ‘피구세’라고 부른다. 로버트 프랭크는 이 책에서 탄소세, 혼잡통행료, 담배세 등 우리가 한번쯤 들어본 피구세뿐 아니라 자동차 중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무거운 자동차일수록 다른 차와 충돌했을 때 그 운전자에게 피해를 줄 확률이 높기 때문에)에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지난 시대에 승자들이 모든 부를 독식하고 또 그 영향으로 사회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고통을 경험했다면, 더 이상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부자와 빈자, 개인과 사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해야 할 때라고 로버트 프랭크는 강조한다. 이 책 《경쟁의 종말》은 직접적인 정책 입안자뿐 아니라 다음 시대의 바람직한 경제 질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겨들어야 할 경제 원리를 제시한다.
1995년 《승자독식사회(Winner-Take-All-Society, 필립 쿡 공저)》(국내 초역 1997년, 재출간 2008년)로 승리한 1등이 모든 부를 독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메커니즘을 밝힌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교수가 승자독식사회 이후의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신작 《경쟁의 종말》에서 그는 좌파와 우파의 논리가 갖는 맹점을 동시에 들추어내면서, 잘 작동하는 경쟁시장 시스템이 사회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주장에 일침을 가한다.
이 책에서 로버트 프랭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경제 질서란 경쟁이 아닌 ‘분배’다. 효율적 분배를 통해서만이 경제적 파이를 키우고, 부채를 줄이고, 더 나은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 더 이상 경제 문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겨둘 수 없는지, 효율적 분배는 어떻게 가능한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다. 특히 문제 해결의 통찰을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서 빌려왔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 스미스 VS 다윈, 경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지난 수년 간, 경제성장률은 매우 낮았고 소득의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상위 계층의 호주머니는 계속 불어난 반면, 물가 인상을 감안한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그리고 중산층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 로버트 프랭크는 오늘날의 경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다윈의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지금껏 시장 경제를 지배해온 논리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다. 애덤 스미스의 추종자들은 이 원리를 ‘시장은 항상 개인의 이기심을 이용해서 사회 전체를 위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한다’로 해석한다. 그리고 어떤 규제도 없는 완전경쟁이 그것을 보장해준다고 이야기한다. 이 원리는 자유 시장의 힘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의 근원이 되어 왔다.
찰스 다윈은 자유주의자들의 문제 해결 방식인 경쟁 과정 자체에 내재된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은 때로 개체와 집단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종종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가 작동할 때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하지만 때로는 개별 동물의 이해관계가 종족 전체의 이해관계와 크게 상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 역시 인식했다.
대표적으로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의 뿔은 외부 포식자에 맞서는 무기가 아니라 번식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다. 이런 싸움에서는 뿔의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다. 돌연변이를 통해 큰 뿔을 가지게 된 수컷들은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런 돌연변이는 빨리 퍼져간다. 이런 돌연변이는 개별 말코손바닥사슴의 번식 적합성은 높이지만 종족 전체에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다. 뿔이 커지면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기동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개별 사슴에게는 큰 뿔이 이득이고, 집단에게는 작은 뿔이 유리하다.
수컷들의 뿔 경쟁에서는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사슴이 뿔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개별 사슴들도 손해 보지 않고, 집단에게도 유리하다. 하지만 아무런 규제도 없는 무한경쟁 세계에서 어떤 사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국 다윈의 이런 통찰은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담긴 근본적인 문제점을 깨닫게 한다.
§ ‘괴물을 굶겨라’전략은 무엇이 틀렸나
2005년, 미국 의회는 총 3억 2000만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알래스카 케치칸과 그라비나 섬의 공항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케치칸의 인구는 약 9000명, 그라비나 섬 인구는 50명에 불과했다. 섬 주민이나 공항을 찾는 관광객은 한 시간에 3~4회 운항하는 페리호를 이용하면 충분할 터였다. 이 프로젝트는 곧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수포로 돌아갔고, 정부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작은 정부를 외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사례를 들며 ‘괴물을 굶겨라’ 전략을 주장한다. 즉, 정부가 낭비의 근원이기 때문에 최대한 적은 돈만 정부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정부가 돈을 빌려 지출을 늘리면 소비자들은 늘어난 정부 부채를 미래에 부담할 세금의 증가로 인식하고 현재의 지출을 줄이려고 한다. 이런 지출 감소는 정부의 지출 증가분을 고스란히 상쇄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반대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면 자연히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로버트 프랭크는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하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기생충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에게 음식을 먹지 말라고 요구하는 의사와 같다고 말한다. 물론 정부에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있고 이를 항상 감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때문에 정부가 할 일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 불황의 시기에 낡은 도로나 다리 등 인프라를 보수하고 공공 프로젝트로 일자리를 창출할 동기를 가지는 것은 오직 정부뿐이며, 정부만이 가장 낮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즉, 비용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피터 쉬라그의 《잃어버린 낙원》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정부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에 빠진 캘리포니아 주의 사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때 유명했던 고속도로 시스템은 전국에서 가장 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공 도서관들은 단축 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일부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 가장 넉넉하게 지급되던 생활 보조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때 등록금을 받지 않았던 세계적인 명문 주립대학교들이 다른 주의 대학교들과 마찬가지로 기부금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등록금은 다른 주와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비싸기도 하다.
§ 무엇이 중산층을 위기로 몰아넣었나
또한 로버트 프랭크는 경제 위기를 불러올 정도의 심각한 낭비는 공공 부문이 아닌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요한 목표를 위한 지출이 때로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의 지출액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믿음은 한 사람의 소비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소비와는 무관하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의 소비가 결정적인 인센티브가 되어 엄청난 낭비를 초래한다. 특별한 기념일, 주택 구입, 결혼식 등에 쓰이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소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위 계층에서 이러한 소비를 주도했고, 이러한 소비 패턴이 소득 증가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중산층으로, 또 더 소득이 수준이 낮은 계층으로 확산되었다. 이것이 로버트 프랭크가 주장하는 ‘지출 연쇄작용(expenditure cascade)’이다. 그는 이러한 지출 연쇄작용이 경제 위기를 불러온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런 낭비는 모든 상품을 구입할 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위재(실용성보다는 그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혹은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회적 지위가 더 중요한 상품)를 구매할 때 일어난다. 이런 상대적 소비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자 하는 지위 경쟁의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런 소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로버트 프랭크는 이런 민간 부문의 낭비가 공공 부문의 낭비보다 훨씬 줄이기 쉽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 경쟁 아닌 분배만이 몰락한 중산층을 살릴 수 있다
지위 경쟁으로 인한 낭비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로버트 프랭크가 가장 우선 제시하는 방법은 누진소비세의 도입이다. 저축을 제외한 소비 금액이 커질수록 세율을 높게 매기는 것이다. ‘소득’이 아닌 ‘소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득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소득 상위 계층의 저축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누진소비세가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로버트 프랭크의 주장이다. 과도한 소비에 세금을 매기면 자연스럽게 낭비적인 소비가 줄어들 것이고, 상위 계층의 소비를 준거 기준으로 삼는 중산층 가정과 저소득층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 전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소득을 직접 이전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사회에서 송출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싶어하는 부자 한 명과 가난한 사람 2명이 있다고 치자. 부자는 프로그램 변경에 1000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고, 가난한 사람은 프로그램 유지에 각각 100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 표준적인 비용편익분석은 프로그램 변경에 순편익 800달러가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가난한 사람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다. 이때 부자에게 500달러의 세금을 내는 조건으로 프로그램 변경을 허용하고, 부자가 낸 세금만큼 가난한 사람에게 각 250달러씩 세금을 덜 내도록 보상해주면 부자에게는 500달러의 편익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각 150달러의 편익이 생긴다. 이러한 소득 이전은 더 적은 비용으로 모두가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하나의 분배 방법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금을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의 이름을 따 ‘피구세’라고 부른다. 로버트 프랭크는 이 책에서 탄소세, 혼잡통행료, 담배세 등 우리가 한번쯤 들어본 피구세뿐 아니라 자동차 중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무거운 자동차일수록 다른 차와 충돌했을 때 그 운전자에게 피해를 줄 확률이 높기 때문에)에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지난 시대에 승자들이 모든 부를 독식하고 또 그 영향으로 사회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고통을 경험했다면, 더 이상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부자와 빈자, 개인과 사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해야 할 때라고 로버트 프랭크는 강조한다. 이 책 《경쟁의 종말》은 직접적인 정책 입안자뿐 아니라 다음 시대의 바람직한 경제 질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겨들어야 할 경제 원리를 제시한다.
목차
1장 어느 날, 모든 것이 마비되었다
2장 적자생존이 망쳐놓은 세계
3장 눈먼 돈에 얽힌 진실
4장 진짜 괴물이 사는 곳
5장 멈출 줄 모르는 지위 경쟁
6장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가
7장 부자의 편익, 빈자의 편익
8장 공정한 분배는 어떻게 가능한가
9장 승자들이 착각하는 한 가지
10장 그들이 바꿀 수 있다
11장 해로움을 이로움으로 바꾸는 몇 가지 선택
12장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