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이용합리화법」제15조와「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및 등급표시에 관한 규정」(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제2015-62호)에 따라 자동차 및 광고매체에 연비정보를 표시하게 하는 제도적 강제수단인 표시연비제도는 정보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정부의 신호 보내기(signaling) 지원정책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소비 고효율성이나 친환경성, 저탄소 배출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속성에 대한 정보는 보통 소비자에 비해 생산·판매자에게 비대칭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 개선하기 위해, 광고나 홍보 그리고 다양한 마크나 라벨 등을 통해 고효율, 저탄소 차량 생산·판매자의 신호 보내기를 지원하여, 자동차 소비자로 하여금 자동차 구매 의사결정 시 해당 속성을 지닌 차량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해당제도의 정책적 목표이다. 이로 인해 표시연비제도의 실효성은 라벨이나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 표시연비의 정보, 곧 고효율, 저탄소 자동차라는 신호가 얼마나 정확한가와 소비자가 이러한 신호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지하느냐(또는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신호가 부정확하거나 또는 정확하더라도 소비자가 부정확하게 인식하면, 그 자체로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상의 실수를 유발,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사실 그 동안의 연비와 관련된 논란 속 문제제기는 주로 신호로서 표시연비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것이었다. 표시연비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대중매체를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으며, 표시연비제도를 운영하는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지속적인 개선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표시연비 정보 자체가 정확해졌다고 할지라도, 이를 소비자가 정확하게 인지·해석하여 정확하게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없다면, 역시 표시연비제도 자체의 실효성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그 동안 사실상 국내외적으로 거의 전무하였던 것이 현실이다.
표시연비 정보 인지·해석과 관련하여 자동차 소비자들이 겪는 문제는 Larrick and Soll (2008a)의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되었다. Larrick and Soll (2008a)은 피험자들이 연비와 연료비간에 선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착각하여 오인하는 현상 곧 “연비단위(MPG)로 인해 유발된 착오(The MPG Illusion)” 현상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하였다. 이후 Allcott (2013)을 통해 실험실 밖 보통의 미국 자동차 소비자들에게서도 이러한 현상이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표시연비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연비단위로 인해 유발된 착오현상의 본질, 그리고 특히 이러한 착오현상이 소비자들의 고효율 자동차 구매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실제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에게도 이러한 착오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경험적으로 확인하는 작업도 요구된다. 이와 함께 실제 이러한 표시연비 단위로 인한 착오현상을 개선하는 작업도 수반될 필요가 있다. 물론 착오현상을 유발한 데는 연비와 연료비와의 상관관계가 반비례 관계가 되도록 설정된 현행 연비표시 ‘단위(km/L)’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비표시 단위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단위를 교체할 경우 교체 방향은 어떠해야 하며, 더욱이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 등도 고려하여, 보다 실현 가능한 대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